임 대표 “승객 입장에서 고민 거듭해왔다”

14일 오전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동아운수 151번 버스의 좌석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5대의 소녀상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가운데 버스를 운행하는 동아운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소녀상을 실은 버스는 동아운수가 운행하는 151번 버스 5대에 설치돼 이날부터 다음날 30일까지 운행한다.

151번 버스는 강북구 우이동에서 출발, 일본대사관 인근을 거쳐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반환한다. 일본대사관 근처 조계사를 지날 때는 안내방송과 함께 위안부 강제동원을 다룬 영화 ‘귀향’의 OST가 흘러나온다.

소녀상은 2011년 소녀상을 최초로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으로 크기는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같지만 승객 안전을 고려해 합성수지로 만들었다.

설치를 의뢰하고 제작 비용을 지불한 동아운수는 1964년 12월 설립된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다. 동아운수의 임진욱 대표는 ‘타요버스’ 아이디어를 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2014년 3월 대중교통의 날의 맞이해 서울시에서 첫 선을 보인 타요버스는 임 대표가 서울시에 건의하면서 현실화됐다. 타요버스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내‧외부가 디자인돼 운행하고 있는 버스를 말한다. 당시 정해진 기간 동안만 운영하려고 했지만 어린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어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왼쪽부터)돌출형 번호판이 설치된 동아운수 버스, 타요버스. 사진=뉴시스

임 대표는 청각에 의지하는 시각장애인과 시각에 의지하는 청각장애인의 대중교통 편의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동아운수가 운행하는 151번 버스 모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기가 설치돼 있어 각 정류장에서 버스 출입문이 열리면 ‘우이동에서 중앙대학교로 가는 151번 버스’라는 음성 안내 멘트가 나온다. 버스 내부에는 LED 전광판을 설치, 도착 및 다음 정류장을 자막으로 알려준다. 151번 버스는 우이동 국립재활원, 용산 국립맹학교를 지나가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이용이 다른 노선에 비해 많다.

2013년 말부터 들어오는 버스 노선번호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 설치되기 시작한 ‘돌출형 번호판’도 임 대표의 아이디어다. 당시 임 대표는 “한꺼번에 많은 버스가 정류장에 서면 전면에 표시된 노선번호는 앞차에 가려 보이지 않고, 측면은 각도 차이로 인해 차량 가까이 다가가야만 확인할 수 있었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돌출형 번호판은 2016년부터 상업광고가 허용돼 각 지자체의 재정부담 완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 사진=동아운수

이와 관련 임 대표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사진기자 출신으로서 버스가 단순 운송수단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운행하는 입장이 아닌, 승객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말하는 버스’와 ‘돌출형 번호판’, ‘타요버스’ 등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외교적 문제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위안부 소녀상이 갖는 의미를 알리고 싶었다”며, “이를 계기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