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대책은 ‘첩첩산중’…소비자만 혼란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이동통신3사와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통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선택약정할인율 25%에 대해 시행이 어렵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통신요금제 담합 의혹을 파헤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통3사가 정부의 절충안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양쪽 다 완강한 만큼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9일 오후 내·외부 검토를 거쳐 과기정통부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각각 제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할인율 인상으로 공시지원금을 받고 단말기를 구입한 고객이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과 통신비 인하에 따른 실적 감소로 이통사의 5G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어렵다는 내용 등을 담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취지에 공감하나, 사업자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4차산업혁명 및 5G 선도 등 이통사의 당면한 투자 환경 등을 고려해 현재의 안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정부 고시상 할인율 인상의 상한이 20%의 5%인 1%로 볼 수 있다며 25%가 아닌 21%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시에 따르면 요금할인율 산정은 '요금결정의 자율성,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적으로 100분의 5범위 내에서 가감해 산정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고시 내 명문 '100분의 5범위'가 5%인지 5%p인지에 대한 해석도 모호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당시 선택약정할인율을 12%로 설정했다가 2015년 4월 20%로 상향한 바 있다. 이때도 8%p 상승에 대한 논리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통3사는 정부의 직접적인 요금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태평양, KT는 율촌, LG유플러스는 김앤장 등 대형 로펌과 손잡고 행정소송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3사는 가계통신비의 구성요소인 '통신요금+부가서비스+단말기' 가운데 이통사의 통신요금에만 일방적으로 할인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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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통법 시행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고시(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를 과기정통부가 고무줄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통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취지에 공감하나, 사업자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4차산업혁명 및 5G 선도 등 이통사의 당면한 투자 환경 등을 고려해 현재의 안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재 강화하는 정부…속내는?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이통3사의 방침에 "적반하장"이라며 25% 요금할인 방침을 기존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만약 고의적으로 이통사가 선택약정할인 가입자에 대한 가입을 창구에서 받지 않으려고 하는 등의 꼼수가 있을 시 방송통신위원회와 모니터링을 통해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이통3사가 약정할인 기간이 만료되는 가입자에게 요금(약정)할인을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선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고지가 미흡할 경우 행정 지도 및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가입자가 충분히 고지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요금할인 혜택이 확대돼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이날 소비자단체 대표들과 만나 "분리공시제 도입 등 통신시장 투명성을 강화해 가계통신비의 부담을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통3사에 압박을 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동참했다. 이날 데이터 중심 요금제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이통3사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현재 KT와 SK텔레콤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참여연대는 통신 3사의 데이터중심요금제의 데이터 당 가격이 매우 유사하고,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하지 않아 담합 의혹이 짙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신고했다.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이통3사가 데이터 300MB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요금제 가격은 KT·LG유플러스가 각각 3만2890원으로 동일하고, SK텔레콤은 3만2900원으로 유사하다.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각 통신사의 가장 저렴한 가격이 모두 6만5890원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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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안 마련은 ‘글쎄’

일각에서는 이통사의 소송을 놓고 정부가 절충안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통사의 실적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줄 소송을 제기하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단 기간 내 기본료 1만1000원 인하와 맞먹는 정도의 통신비 인하를 원한다면 이통사 외에도 단말기 제작사, 포털, 정부 등도 통신비 인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5%p를 시기별로 나눠 인상하는 방안, 신규 선택약정 가입자만 할인율 인상을 적용한 뒤 차후 기존 가입자까지 확대하는 방안, 할인율 인상 외에도 보편요금제 신설·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 확대·알뜰폰 지원 등 이통사들이 부담해야 할 통신비 인하안에 대한 시기 조절 등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전망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만약 이통3사가 소송전을 불사할 경우 정부의 9월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방침은 장기간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이통3사와 제조사는 휴대전화 출고가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국정위가 일제히 이통3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라며“이통3사 입장에서도 연간 매출 감소는 물론,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회사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임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은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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