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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나간자리 계약직 채운 시중은행들정부 정책 ‘코드 맞추기’ 이면 기간제 큰폭 늘려… 은행권 구조조정 현실로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은행권에 고용한파가 불어 닥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규직 비중을 줄인 공석을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빠져나간 자리 상당수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 들어 주요 은행들은 정부 일자리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자사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조직 ‘슬림화’를 내세우면서 신입 행원 채용은 줄이고 구조조정은 늘리고 있어 일시적 ‘코드 맞추기’에 그친 것 아닌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KB국민·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기간제 근로자 수는 총 3365명이다. 전년 동기 기간제 근로자 수가 2468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36.3%나 늘었다.

국민은행의 기간제 근로자 증가폭이 눈에 띈다. 지난해 1분기 561명이었던 기간제 근로자는 한 해만에 734명이나 늘은 1295명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130.8%다.

반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등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수는 지난해 1분기 1만9952명에서 올해 1분기 1만6959명으로 2993명(15.0%)이나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의 기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1분기 611명에서 올해 1분기 769명으로 158명 늘었다. 신한은행도 737명에서 781명으로 44명 증가했다. 하나은행만 559명에서 520명으로 유일하게 39명 줄었다.

국민은행의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7.1%로 1년 사이 4.4%나 높아져 업계 최고수준이다. 우리은행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4.9%, 신한은행 4.8%, 하나은행은 3.4%로 모두 5% 미만이다.

이처럼 국민은행에 기간제 근로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구조조정의 여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2800여명에 달하는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후 인력수급이 시급한 심사부서나 창업상담, 컨설팅, 감사 등에 계약직 근로자를 채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 구조조정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계약직 근로자 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의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 모집에는 평소보다 3배 많은 1000여 명이 몰렸고, 이 가운데 800여명이 최종 퇴사할 전망이다. 신한은행도 만 55세 이상 직원 136명 중 52명을 임금피크제 유예 적용 대상으로 선정해 제외했고, 추가 신청 접수를 받아 총 28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채용도 점차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신입 행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고, 하반기에도 현재까지 우리은행과 농협,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공채 관련 발표를 일절 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은행들은 새정부 일자리 정책에 호응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 등 주요은행들은 새정부 출범에 앞서 무기계약직 대다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은행권에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화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짐에 따라 영업점과 행원을 줄이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전체 금융서비스의 95%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와 AI, 핀테크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신입 행원을 채용하기보단 IT분야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은행권 트랜드”라며 “신규 채용 인원보다 퇴직인원이 더 많아 당장 내 옆자리에 누가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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