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2.15 금 17:50
HOME 금융 보험
손보사 호실적에도 보험료 인하 압박에 ‘움츠리기’상반기 당기순이익 역대급 불구 홍보 소극적… 하반기 손해율 인상 악재도 예고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진 덕을 봤다. 호실적을 거두자 상장 손보사들이 주식시장에서도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손보사들이 대대적 홍보에 나섰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손보사들은 오히려 몸을 사리고 있다. 새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보험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오르면 오를수록 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9일 각사 상반기 실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손보사 ‘빅3’로 불리는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4318억원이다.

세부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상반기 77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목표치 9300억원의 83.8%를 상반기에 거둔 것이다. 직전 본사였던 서울 을지로 사옥이 2600억원에 팔려나간 일회성 요인이 컸지만, 이를 제외해도 목표치의 57.1%(5200억원)를 상반기에 올렸다.

동부화재는 올해 목표순이익 5080억원의 72.8%인 3698억원을, 현대해상은 목표치 4050억원의 69.7%인 2822억원을 상반기에 벌어들였다.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 개선이 실적 호조세를 이끌었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률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다. 업계 일반은 적정손해율인 78% 이하를 기록하면 흑자가 나는 것으로 취급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4개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정손해율을 하회했다. 삼성화재가 76.4%로 가장 낮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해상 77.8%, 동부화재 77.5%, 메리츠화재 77.3% 등이다.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도 각각 78.4%, 78.3%, 79.3%로 손해율이 70%대다.

손해율 개선에는 지난해 7월 경미손상 수리비 지급기준이 신설이 한몫했다. 가벼운 사고 수리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은 덕분에 수리비를 과잉 청구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차량 피해도 큰 폭으로 줄었다. 여러모로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보험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며 “일부 지역 침수 피해 등으로 3분기에는 손해율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지만,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 분석했다.

손해율 인하에 힘입어 손보업계는 최근 차 보험료를 인하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차 보험료를 개인용 2.7%, 업무용 1.6%, 영업용 0.4%씩 내리며 포문을 열었다. 올해 들어선 더케이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도 줄줄이 보험료를 내렸다.

여기에 새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자동차 보험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10일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제대로 산출됐는지, 위험료·사업비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감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를 토대로 보험료 인하 여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러자 손보업계는 최근 호실적에도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섣불리 실적 홍보에 나서다가 금융당국에 보험료 추가 인하 빌미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까 걱정스런 목소리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보험은 가입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애초에 사회보험적인 성격이 있다”면서 “업계가 사회 분위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향후 손해율 인상 여지도 있다. 올해 여름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피해가 커진 탓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청주 지역 집중호우로 주요 손보사들의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건수는 1072건으로 집계됐다. 손해액만도 111억6000만원에 달했다.

SK증권은 지난해 3분기 계절적 자연재해의 부재에 의한 기저효과와 8월 예정된 기본 보험료 인하 등으로 상위 5개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년 대비 3.7%p 가량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여기에 당국이 과실비율 50% 미만의 교통사고 피해자는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할증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실적악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로서는 상반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좋아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일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