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재벌총수 구형보다 선고 형량 더 작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는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 함께 기소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구형 받은 형량이 줄어들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역대 재벌 총수에 대한 형량이 특검과 검찰이 구형한 것 보다 크게 낮게 나왔던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최근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형량도 크게 줄어들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123일에 달하는 기나긴 재판과정이 종료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은 재판부의 손에 넘어갔다.

아직 선고기일이 남아있지만, 단순 구형량만 놓고 비교하면 이는 2006년 20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징역 15년 구형, 추징금 23조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 재판에서 주로 다뤄진 쟁점이 ‘뇌물공여’였다는 점에서도 이번 특검의 구형은 매우 무겁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재벌총수의 재판 과정을 보면 구형한 형량보다 현저히 낮게 받을 가능성도 여전히 높아 보인다.

실제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은 이건희 회장에게는 2008년 당시 징역 7년과 벌금 3500억원이 구형됐다. 1심은 구형량의 절반을 밑도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이 밖에 검찰은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9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2천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심은 구형량의 절반인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이재현 CJ 회장에게는 1천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1천10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지만, 도주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 집행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게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한 점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는 당초 특검의 구형량보다 크게 낮아진 형량이다. 앞서 특검은 3일 결심 공판에서 ”국가와 국민에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액수 단위가 큰 만큼 한 가지 공여 행위만 유죄로 판단돼도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 액수가 크더라도 인정되는 규모가 얼마인가에 따라 형량이 많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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