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정부 정책 등 단기 영향… 펀더맨털 작용한 수출 경기는 아직 ‘양호’

코스피 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3.30포인트(0.14%) 오른 2398.75에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지난주 외국인 매도 행렬로 시작된 주식시장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렐리가 시작된 이후 8개월만으로,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특별한 호재가 없는 이상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수출 경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아직은 낙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외국인 ‘엑소더스’ 등 주가 폭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지수(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0포인트(0.14%) 오른 2398.7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발(發) 경기 회복 전망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2400을 상회하던 주가는 오후 2시 30분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장 마감 직전 2390대로 내려앉았다.

비록 2400선 회복에는 실패했지만 코스피가 지난주 2% 가량 하락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주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시가총액 대형주를 중심으로 7313억원 어치 물량을 쏟아내던 외국인들이 이날 993억원 매수세로 돌아선 덕에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업계에선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 정책, 방산비리 수사 등이 건설과 원전, 방산주 등에 타격을 주고 있고, 법인세 명목세율 증가도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지난달부터 완만하게 거래량이 감소하는 모습이었다”며 “방향성을 고민하던 시기에 세법개정안, 트럼프 발언 등이 충격을 준만큼 이를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고 외국인의 ‘팔자’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추가 조정될 것”이라며 “다만 그 조정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상승 원동력 약해지진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이 외국인 엑소더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 ‘경고등’이 들어올 정도는 아니고, 또한 최근 증시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출 경기도 좋기 때문이다.

7일 오후 5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27.70원으로 지난달 6일 1157.50원을 기록한 이후 한달새 30원 가량 떨어졌다. 통상 원달러 약세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 변곡점은 1050원 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050선에 근접한 시점부터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달러 인덱스는 2년 내 박스권 하단에 머물러 있어 기술적 반등의 여지가 있지만, 8월말 잭슨홀 미팅(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연례 경제심포지엄) 전까지 달러 강세를 촉발할 요인이 많지 않아 소폭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과거 패턴상 외국인 순매도 확대는 원달러 1050원선이 중요했다”며 “현 시점에서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외국인은 순매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온 수출 호조세가 아직 꺾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향후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가 지난해부터 렐리를 펼친 가장 큰 이유는 수출회복에 힘입은 기업실적 개선 덕분”이라며 “최근 한국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수출단가 상승 때문이었다” 말했다.

2017년 8월 공급관리자협회(ISM) 가격지불지수(PPI)가 62.0을 기록했다. 출처=FXSTREET.com

이어 “공급관리자협회(ISM) 가격지불지수(PPI) 등을 보면 아직 수출 회복 흐름이 끝났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이익이며, 이익 전망이 오히려 꽤 밝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환정보사이트 FXSTREET가 발표한 미국 ISM PPI는 62.0로 지난달 55.0에 비해 7.0 올랐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를 뜻하는 ISM PPI는 수출 경기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지난달보다 부품 혹은 원자재 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가격을 인상한 회사가 많으면 50을 넘고, 그 반대의 경우 50을 하회한다.

실제로 코스피 상승 기점은 한국은행의 수출금액지수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과 그 시점을 같이 한다. 국내 기업이 상품을 수출할 때 받는 금액을 평균값으로 수치화한 수출금액지수는 2015년 초부터 2년 가까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금액지수 변동 추이. 자료 출처=한국은행

하지만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3월 130.6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 6월에도 125.0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금액지수가 125라는 것은 2010년보다 수출금액을 25% 더 받고 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주 코스피밴드를 2360~2450포인트로 전망하면서, 정책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 여부를 변수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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