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후보다는 8·9월이 적기…인기 많을수록 구입 어려워

▲ 현대차 코나. 사진=현대차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완성차업계가 임금과 관련된 단체협약(임단협)에 돌입하면서 각사의 주력 차량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협약이 원활하게 마무리 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지부진할 경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져 출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각사의 인기차량과 임단협 전망을 알아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 쌍용자동차 등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여름 휴가가 이날 모두 끝났다. 노조와 사측은 7일부터 교섭재개 또는 향후 쟁의와 관련한 협의를 거칠 계획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 기간에도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7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교섭전략과 투쟁방침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가 만약 협상 결렬로 파업에 직면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차량은 올해 출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와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다.

현대차 그랜저IG. 사진=현대차

현대차 코나는 지난 6월 13일 공개돼 약 2주간의 사전계약을 거친 뒤 6월 27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따라서 7월 월간 판매실적이 첫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코나의 첫 월간 판매실적은 3145대.

코나의 계약 물량은 지난달 말 이미 1만대를 넘어섰다. 월 판매목표 두 달을 채우고도 남을 물량이다. 다만 출시 초기 사측과 노조의 줄다리기로 인해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랜저IG는 지난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에 빠진 현대차의 구세주로 떠오를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그만큼 다양한 계층에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차 편의 사용, 하이브리드 모델 가세 등을 그랜저 인기 비결로 꼽고 있다. 기존 고객층이 주로 40~50대였지만, 30대 고객이 25%를 차지할 정도로 연령별 구매층이 넓어졌다.

그랜저IG는 지난 3월 194대를 시작으로 4월 1045대, 5월 1845대, 6월 2471대, 7월 2177대 판매를 기록한 하이브리드 모델 수요도 월 1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17일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이전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통상임금은 약 2조원에 달하는 소송비용과 자금이 투입되는데, 사측이 1심 판결 전에 노조의 손을 들어 통상임금 확대적용을 내세운 임금협상에 찬성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여름휴가 기간에도 통상임금 확대적용을 요구하며 양재동 본사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였고, 오는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기아차 스토닉. 사진=기아차

기아차도 최근 출시한 스팅어와 스토닉이 신차효과를 등에 없고 인기몰이 중이다. 그만큼 파업이 발생할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팅어는 지난 6월 1322대에 이어 7월 1040대로 두 달 연속 1천 대 이상이 팔리며 판매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이달부터 스팅어를 유럽에 수출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글로벌 판매 연 5만대 판매도 기아차 내부에서는 자신하는 분위기다.

스토닉은 디젤 SUV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자세히 살펴보면 원가절감한 흔적들이 많다. 2030 젊은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편의장치와 안전장치가 부족한 느낌이지만 가성비를 앞세워 소형SUV 시장에서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실제 스토닉의 지난달 판매량은 1342대로 1282대가 판매된 한국GM 트랙스를 따돌리고 소형SUV 3위 자리에 올랐다.

기아차 관계자는 “7월부터 스토닉의 국내외 판매가 시작됐고 스팅어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0월 산업은행의 ‘GM 한국GM 지분매각 제한(비토권)’이 상실되는 점이 올해 임단협 협상의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이 때문에 휴가에서 복귀하는 대로 사측과 노사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지분매각이나 한국 철수설 등 노사 협상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GM

이런 상황은 올 뉴 말리부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말리부 등 특정 차량에 한국GM의 판매량이 집중돼 있는 만큼 많은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GM의 말리부는 경쟁 차종 중 가장 길고 몸집을 가졌다. 말리부의 전장은 4925mm로 쏘나타 K5와 SM6보다 각각 70mm, 75mm 크다. 내부 공간을 가름하는 휠베이스도 2830mm로 경쟁 차종보다 20~25mm 길어 중형 세단 중에서도 넉넉하고 안락한 승차 공간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전 모델보다 130kg 가볍게 만든 것도 말리부의 경쟁력이다.

말리부는 그동안 주행성능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말리부는 최고출력 253마력에 최대토크 36.0kg·m으로 가장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가졌다. 다만 한국GM은 말리부 2ℓ 터보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 수급 차질로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했지만 파업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달 27일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끝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파업 직후에는 재고 부족으로 인한 출고지연 가능성도 높지만 품질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파업 과정에서 대체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차량 제조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차량을 구입한다면 구지 파업 이후보다는 이전인 8, 9월 달에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만약 시기를 미뤄야 한다면 내년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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