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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카카오뱅크의 자세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7시, 국내 2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각 당 의원들과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이 경쟁을 촉발해 금융 생태계를 바꿀 것이라는 식의 축사를 남겼다.

같은 시간, 사용자가 몰린 카카오뱅크 어플리케이션에 접속장애와 오류가 발생했다. 시간당 최대 10만명까지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앱에 그보다 많은 사용자가 몰리자 과부하가 발생한 것. 카카오의 상징인 노란 화면에서 ‘무한 로딩’이 반복되자 한 네티즌은 “케이뱅크 계좌나 만들어야겠다”는 촌평을 남겼다.

출범식 막바지 ‘기자 질의문답’ 세션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유관기관 서버의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갔다. 하지만 오류현상이 출범 당일 내내 지속되면서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날부터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카카오뱅크 ‘과부화 사태’를 단지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성맞은 고객들이 출범 당일부터 몰린 탓에 인기가 폭발했다고 말이다. 실제로 출범당일 접속조차 불가능했던 앱은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 같은 해프닝이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출범식 질의문답 시간에 기자들은 은산분리 문제와 보안, 서버 안전성, 저신용자 대출 리스크, 대포통장 가능성 등 카카오뱅크에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질문지로 쏟아냈다. 하지만 두 공동대표는 디테일은 차치한 채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준비했다”는 식으로만 답변을 마무리했다.

두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걸림돌’인 은산분리 문제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증자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각 주주사가 증자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식으로만 말을 정리했다. 정작 주주사들이 증자에 대해 동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쏙 빼놓고 말이다.

심지어 “신용 8등급 구간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하겠다”면서도 신용평가시스템(CSS)에 대해선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 아이러니를 자아냈다. 스스로 차별화된 CSS구축에 실패했으면서도 예비인가 때부터 목표로 내세운 중금리대출은 원안대로 끌고 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수준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케이뱅크도 출범 3개월 만에 마이너스통장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주주 증자를 검토하는 등 자본금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에는 2015년 예비인가 당시 재무 건전성 우려에도 무리하게 인가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와 사업 방식이 동일한 카카오뱅크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카카오뱅크는 ‘ICT유전자’를 기반으로 태어난 은행이다. 스스로도 “금융권의 상식이 ICT분야에서는 상식이 아니었다”며 “상식을 깨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출발점”이라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ICT기업 특유의 ‘혁신’과 ‘변화’에 사로잡혀 금융서비스의 본질인 ‘고객 재산 보호’는 등한시하는 것 아닌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디 카카오뱅크가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잘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믿고 돈을 맡긴 금융소비자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일호 기자  lih@f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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