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리더십 바탕으로 리딩뱅크 반열 올려… 임기 4개월 앞두고 연임여부 주목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2014년 말 벌어진 KB금융지주의 ‘전산교체 내분사태’는 2009년 1분기 이후 신한금융지주에 줄곧 뒤쳐졌던 KB금융에 최악 그 자체였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유래 없는 충돌은 최고 경영진의 동반사퇴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KB금융은 그렇게 ‘리딩뱅크’ 자리를 굳게 차지한 신한지주에 밀려나는 듯 했다.

하지만 KB금융은 2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반전에 성공했다. KB금융은 9년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지주사 1위 타이틀을 지키던 신한지주와 올해 초 ‘엎치락덮치락’ 일대 공방을 벌였고, 이달 발표된 상반기 실적에서도 신한지주를 그야말로 ‘턱밑’까지 쫒아왔다. 그 중심에는 2014년 11월부터 KB금융의 지휘봉을 잡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있었다.

◆비은행 성장·조직 개선 바탕으로 신한지주 ‘맹추격’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가 이제는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3일 윤종규 회장의 정기조회 일성이다. 그의 자신감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잘 드러난다. KB금융은 2분기 당기순이익에서 전년 동기(5804억원) 대비 58.6%나 오른 9901억원을 기록하며 8920억원에 그친 신한지주를 1000억원 남짓 넘어섰다. 2015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이다. 비록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당기순이익에선 신한지주가 289억원 차로 미세하게 앞서나갔지만, KB금융의 상승세가 거세 신한의 하반기 타이틀 방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회장 취임 후 KB금융은 2015년 1분기에 신한지주를 한 차례 꺾은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KB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감소와 KB국민카드의 일회성 이익 덕분으로, 이후 8분기동안 KB금융은 신한지주에 줄곧 뒤쳐져왔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지주사 주 수입원인 은행 부문에서 전 은행권 1위에 오르며 위력을 과시했고 증권과 카드, 손해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도 두루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에서 비이자수익 차지하는 비중만 37%에 달하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비은행 부문 비중이 12%p나 높아졌다.

반면 신한지주는 은행 부문에서 자산총액 3위권으로 밀린데 이어 비은행 부문도 신한카드(상반기 당기순이익 6312억원·비이자수익 중 73.1% 차지)를 제외하면 두드러진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에 대손충당금 2800억원이 환입되는 1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실적은 더욱 줄어든다.

비은행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KB금융에 희소식이다. 은행부문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불확실성 이슈로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단기간에 비은행 부문이 성장한데는 윤 회장의 과감한 M&A 전략이 한몫했다. KB금융은 2014년 (옛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KB캐피탈을 출범한데 이어 2015년 6월 업계 3위권 손해보험사인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해 KB손해보험을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증권의 주식을 자사 주식과 맞교환하는 식으로 100% 자회사로 편입한 뒤 KB증권과 합병하는데 성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KB캐피탈은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로 중고차 거래시장에 진입했고, 이후 쌍용차와 테슬라 전담 할부금융사로 선정되는 등 현대캐피탈에 이어 업계 2위 자리에 안착했다. KB손해보험도 올해 상반기 자산총액 31조원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에서 계열사 3위를 기록했고, KB증권도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해 업계 3위 위치에 올라섰다.

조직 내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윤 회장 임기가 시작한 직후 그가 먼저 한 일은 먼저 한 일은 금융지주사를 KB국민은행 본점으로 6년 만에 이전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KB금융은 국내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주사와 은행의 업무 공간이 분리돼있었다. 이는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빚는 ‘지배구조 리스크’로 지적됐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한 조치였던 것이다.

‘경영관리위원회’와 ‘평가결과 본인확인제도’도 그의 작품이다. 경영관리위원회는 그룹사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방지함과 동시에 자회사 경영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이다. 금융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영향력 증진에 힘을 쏟았고, 이는 올해 실적 상승을 이어졌다. 또한 주력계열사인 국민은행에 ‘평가결과 본인확인제도’를 도입해 인사절차의 투명성 확보에 나섰고, 2014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관치금융 차단을 최우선 목표로 지배구조를 강화했다. 이 같은 관치로부터의 해소와 인사절차 투명화는 KB금융의 성장 발판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지주사 트랜드인 매트릭스 조직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금융그룹 시너지를 높이고자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부문에 각각 지주와 은행, 증권 3사 겸직 체제를 도입했다. 또 국민은행에선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해소하기 위해 10년차 이하 행원들로 구성된 ‘애자일(Agile·기민한) 스쿼드’를 운영하고 있다.

윤 회장의 성공적 행보를 놓고 업계에선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임원진의 갈등과 이사회의 전횡, 계열사 간 비협조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던 KB금융을 첫 임기 만에 업계 선두권까지 올려놓은 공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윤 회장 연임 여부를 궁금해 할 만큼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외부 걸림돌 산적… 지주사·행장 겸임 반대 목소리도 커져

물론 연임에도 걸림돌이 있다. 우선 생명보험부문이 타 비은행 부문 대비 실적이 떨어진다. 윤 회장은 임기 초 비은행 부문에서 KB생명보험을 핵심계열사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내 손해보험으로 돌아섰다. 이후 KB금융에서 생보 부문은 지금껏 ‘내논 자식’에 가까웠다.

생보사 2017년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KB생명보험은 자산 9조174억원으로 24개 업계 가운데 17위며,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206억원으로 그룹사 당기순이익 가운데 1.1%에 불과하다. 증권과 손보 등 여타 부문에 비해 훨씬 낮은 실적으로 윤 회장에겐 ‘약한 고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신한지주와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소형 생보사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 M&A로 단기간에 비은행 부문의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생보업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생명보험업에 자기자본비율(RBC)을 두고 일대 ‘소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윤 회장이 생보사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윤 회장은 이미 지난해 생보업계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생보사 인수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윤 회장은 KB생명을 인수하기보단 내부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이 더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보업이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산업이고, KB생명 규모가 업계 내에서 워낙 작아 증자나 사업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루긴 어렵다. 윤 회장도 확실한 ‘연임 굳히기’를 위해서 대형 생보사 인수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윤종규(왼쪽)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1일(현지시각) 오후 베트남에서 웅우엔 쑤언 푹 총리를 만나 KB금융그룹의 베트남 진출계획과 경제 기여방안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부적으로 KB생명이 문제라면 외부적으론 전무하다시피 한 해외실적이 고민거리다. KB금융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투자 직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9000억대 손실을 본 경험에 발목 잡혀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은 10개국에 17개 지점과 현지법인, 사무소 등 총 19개소를 보유 중이다. 신한은행(20개국 147개소)이나 하나은행(24개국 135개소), 우리은행(25개국 234개소)와 비교하면 한참 뒤쳐진 수준이다.

윤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와 함께 해외진출 로드맵을 만들었다. 또한 영국 런던과 인도 구르가온, 베트남 하노이 등 3곳의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고 미얀마에는 KB마이크로파이낸스를 열며 현지 소액진출 시장에 진입했다. 윤 회장도 동남아와 미국 등에 출장을 다니며 해외 진출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해외 순익 비중에서 경쟁사들이 10~20%를 넘나드는 호실적을 보인 가운데 국민은행은 3%대에에 그치고 있고, 올해 상반기 해외 당기순이익도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2억원에 비해 67.5%나 줄었다. 윤 회장이 2020년까지 해외 수익 비중을 전체 수익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목표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지표 하락에 따라 해외 진출에 집중할 때 국민은행만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낮은 성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자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도 윤 회장에게 숙제다. 당국이 14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황에서 은행권이 방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시중은행 가계대출 비중은 27.7%였지만 2016년 43.4%까지 올랐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수익을 내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개별 은행의 이익이 좋다고 해서 사회적으로도 좋다고 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 등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 부동산금융 등으로 자금 쏠림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윤 회장에겐 지배구조 이슈도 신경 쓰일법하다. 비록 임기 전 내부 갈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고는 하지만 외부 시각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주사 이사회도 차기 지배구조를 놓고 유지와 분리 사이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 회장이 2년 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역대 KB금융 회장 가운데 가장 강한 지배력을 갖춘 터라 독주체제를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1등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자사 직원들에게 성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조직 피로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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