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00대 국정과제, 실패한 ‘낙수효과’ 아닌 ‘분수효과’로 경제 활성화 도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새정부 출범 2개월 만에 나온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는 사회 불평등 개선과 일자리 확대, 민생 안정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내세운 ‘낙수효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분수효과(Trickle-Up Effect)’를 통해 사회 전반에 ‘아래로부터의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과세 체계 개편과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 서민 지원책 확대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이 일찌감치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에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책 수행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도 따를 것으로 보여 이를 줄이기 위한 세부 정책 수립에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탈세 막겠다” 세제 개편 예고… 여당 ‘핀셋증세’ 호응

과세체계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조세와 재정을 포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주요 골자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대기업 과세 정상화 등이다. 또한 국세청에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납세자 보호와 조세통계 정보 공개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조세, 재정개혁으로 조세 정의를 구현하고 납세자 권익 보호와 납세자 친화적 세정 구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당도 이런 정부 방침에 ‘핀셋증세’로 호응하고 나섰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늘려 대기업과 초고소득자가 버는 만큼 서민 고통 분담에 기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법인세 실효세율은 16% 수준으로 이명박 정부인 2011년 명목세율이 25%에서 22%로 내려간 이후 7년 동안 제자리 수준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득이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 1만8000명에 대해 기존 40%에서 42%로 세금을 늘리는 최고세율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과세표준액 2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를 25%까지 부과하는 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 같은 법인세 소득세 인상으로 추가로 걷히게 될 세수는 3조5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부자증세’라며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복지정책을 남발해 온 정부가 국민과 후세에 수조원의 부담을 안기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며 “이 정권이 지금은 초대기업,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증세하지만 이 증세 폭탄은 중산층과 서민에게 도미노 증세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소위 핀셋증세라고 해서 제한적 증세로 재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게 얼마나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며 “핀셋증세라기보다는 ‘새 발의 피’ 증세, 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증세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부자증세 비판에 대해 추미애 대표는 “여유 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좀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해서 세금을 좀 더 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증세 대상을 못 박았다.

◆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일자리위원회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로부터 영세사업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관련 제도개선 건의안을 전달받은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문 대통령의 간판 공약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직무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고, 청와대 상황실에 일자리 상황판도 설치해 직접 일자리 정책과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과제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소방관·경찰관 등 국민 안전·복지 담당 공무원 17만4000명 ▲공공기관 정규직 33만6000명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34만개 등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보면 2015년 12월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233만6000개다. 일반정부(군인 포함) 일자리가 199만개고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을 비롯한 공기업 일자리 34만6000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인 21.28%(2013년 기준)와 비교하면 40% 수준이며 콜롬비아와 일본에 이어 밑에서 3번째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OECD 국가 전체고용 가운데 정부와 공공 비율이 21.3%인데 우리나라는 7.6%에 불과하다”며 “OECD 평균의 절반 정도만 따라가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권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독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 비판은 ‘복지 함정’론으로, 경제성장이 아닌 세금으로 소득을 높이는 식의 수요 창출이 역순환 경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성장 대신 분배에 집중하니 증세의 늪에 빠진다”며 “증세로 조달되는 공무원 증원과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원장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로 인해 공공부문의 부실운영이 명확한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먹여 살려야 하는 미래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일자리 늘리려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그리스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자리 증원에 따른 재원 확보도 문제다. 현재까지 확실히 확보될 것으로 보이는 세금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분으로 매년 3조5000억원 안팎이다. 야당이 ‘도미노 증세’로 서민층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 주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일자리를 모두 신설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약속한 81만개 일자리 가운데 안전·복지 담당 공무원 17만4000명은 신규 일자리가 맞지만 나머지 63만6000개는 민간에 속했던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81만개를 신설하거나 공공부문으로 전환하는데 5년간 21조원 안팎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과연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봐야할지 논란만 차치한다면 관련 재원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분으로 상당부분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밖에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의무비율을 기존 3%에서 5%까지 확대하고,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1명분의 임금을 지원해주는 ‘추가고용장려금’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년 일자리도 보장해 민간기업의 희망퇴직 남용을 방지하고 경영상 해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근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예술인과 어르신,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실업급여 지급수준·수급기간 상향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도 확보하기로 했다.

◆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서민 지원책도

정부는 서민 지원책에도 힘을 줬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생경제 전략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장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체 노동인구 중 2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가맹점 확대가 대표적 공약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 확대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영세가맹점(수수료율 0.8%) 범위가 연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수수료율 1.3%)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각각 확대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3억원 구간에는 약 18만8000개 가맹점이, 3~5억원 구간에는 약 26만7000개의 가맹점이 분포해있다. 이들은 이번 정부 조치에 따라 업체당 연간 80만원 내외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또한 2019년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직접 내리는 조치도 예고됐다.

골목상권 지원책도 강화된다. 신규 도입되는 복지수당과 복지포인트의 30%를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으로 지급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 또한 올해까지 지역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을 세우고 생계형 적합업종도 법제화하는 등 임차인 지위 강화를 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이 추진된다.

서민 재산증식을 위한 금융상품 개선도 이뤄진다. 현재 거론되는 것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기존에 깐깐했던 가입 규정을 풀고 비과세 한도 상향과 중도인출 허용 등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과 적금, 주식, 펀드, 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한 통합계좌로 현재는 근로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당국 조치에 따라 전업주부나 청년 등도 계좌 개설을 하도록 문턱을 낮추고 비과세 한도를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은 현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부동산금융으로 쏠린 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ISA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이밖에 광역알뜰교통카드를 도입하고 통신비 인하방안을 마련하는 등 소소한 국민 생활비 절감 대책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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