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 규모 작아 증자·사업확장으론 성장 무리… 윤종규 회장 연임카드로 활용할수도

여의도 KB금융지주 사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9분기 만에 당기순이익에서 맞수 신한금융지주를 제친 KB금융지주가 다음 목표로 중소형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이 비은행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약한 고리로 생보 부문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KB생명보험은 생보업계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KB금융이 대형 생보사를 인수할 경우 은행과 카드, 증권, 손해보험에 이어 생명보험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돼 리딩뱅크 경쟁에서 신한지주에 앞설 가능성이 커진다.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인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연임을 위해 생보사 인수 카드를 고민할 법한 상황이다.

26일 생보사 2017년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KB생명보험은 자산 9조174억원으로 24개 업계 가운데 17위에 속한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206억원으로 그룹사 당기순이익 가운데 1.1%를 차지했다.

생보 부문만 놓고 보면 경쟁사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해 격차가 크다. 신한생명은 상반기 자산총액 28조7355억원에 당기순이익 757억원으로 업계 6위권에 올라있다. 양적으로만 놓고 보면 KB생명보다 신한생명이 3배 가량 크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생명보험사 브랜드평판 순위에서도 신한생명은 전체 조사 대상 18개사 가운데 3위에 오른 반면 KB생명은 18위로 가장 낮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신한지주와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소형 생보사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 M&A로 단기간에 비은행 부문의 양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룬 가운데 생보업만 키우면 포트폴리오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15년 6월 손보사 빅4 중 하나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과 합병했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자산총액 31조원을 기록하며 KB국민은행과 KB증권에 이어 계열사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는 업계 13위였던 KB증권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업계 3위 증권사로 떠올랐다. 인수합병으로 재미를 본 KB금융이 신한지주와 경쟁하기 위해 생보사 또한 사들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KB금융이 지난 2월 스튜어트 솔로몬(Stuart B. Solomon) 전 매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런 해석과 맥을 같이 한다. 솔로몬 이사는 1995년 한국 매트라이프생명 입사 후 2011년 12월 회장으로 퇴임하기까지 16년간 생명보험만 전담한 인물이다.

2021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보험업에 도입되는 것 또한 KB금융의 생보사 M&A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FRS17은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을 낮춰 업계에선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보험업계에선 KB생명이 증자나 사업확장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생보 부문을 키우려면 재정 악화로 매물로 나올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증권가 “ING생명 인수 가능성 높아”… 윤 회장 ‘연임카드’로 쓰나?

증권가도 KB금융의 생보사 M&A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에 비해 100% 자회사화가 빠르게 이뤄져 조직 관리 여력이 높아졌고 연간 3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둬 출자 여력이 충분하다”며 “생명보험은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 측면에서 우량한 매물이 나올 경우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인수 메리트가 충분히 높다”고 평가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지난 몇 년 간의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순이익과 시가총액, 수익성, 밸류에이션 등 모든 지표에서 리딩뱅크의 면모를 확보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이익안정성도 상승했고 추가 M&A, 배당성향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의 유력 후보로는 업계 5위인 ING생명이 점쳐지고 있다.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을 인수하려 했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최근 최대주주 MBK가 ING생명 매각을 서두르고 있고, KB금융도 4조원이 넘는 자회사 출자여력이 있는 만큼 ING생명 경영권 확보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의 경우 오는 2018년 12월 브랜드 사용 만료와 맞물려 현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M&A 절차를 서두를 수 있다”며 “KB금융이 다시금 ING생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생보사 인수를 연임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손보사와 증권사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윤 회장이 생보사 인수도 잘 이뤄내면 연임이 사실상 굳혀질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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