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예대마진 이익만 10조원… 가계대출 ‘빨간등’에 금융당국 경고 메시지 전달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으로만 10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권이 ‘이자놀이’로만 수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은행사 실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신한·KB·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4조344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496억원) 대비 33.6%(1조948억원) 올랐다.

이 같은 은행권 호실적은 이자이익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792억원 증가한 2조585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2조3814억원(2178억원↑) ▲우리은행 2조3099억원(418억원↑) ▲KEB하나은행 2조3076억원(1560억원↑) 순이다. 4대 시중은행 이자이익을 모두 합하면 9조5840억원에 달한다.

이자이익은 대출이자 수익에서 예금이자 수익을 뺀 나머지, 즉 예대마진을 말하며 은행권의 주요 수입원이다.

비이자이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신한은행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6129억원) 대비 1366억원 줄어든 4763억원을 기록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660억원(4741억원), 24억원(6211억원) 줄었다. 우리은행 비이자이익만 유일하게 2046억원 늘은 7152억원을 기록했지만 화푸빌딩 매각이익 1700억원을 빼면 증가분은 300억원대로 줄어든다.

문제는 은행권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쉬운 예대마진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제자리인 동안 지난 5월 가계대출 금리는 3.47%까지 올라 기업대출 금리를 넘어섰다.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율도 80.7%에 달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기에 은행권이 예금금리는 그대로 두는 반면 대출이자는 한껏 올린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미국 기준금리 0.5% 인상이 국내 대출금리를 0.46% 상승시킨 반면 예금금리는 거의 종전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은행들이 금리 적용을 얼마나 불합리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게 직접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은행들이 ‘이자놀이’식으로 편하게 수익을 올리는 사이 가계빚이 1400조원을 넘는 등 ‘빨간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7개 금융협회장 조찬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는 증가원인과 리스크 관리실태 등에 대한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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