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기녕 기자]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난 가운데 외환위기 진원지였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은 이후 대외 신인도 저하가 위기의 촉매가 됐다는 인식 하에 거시경제 안정화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남아 4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4.8%(2009~2016년)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이 기간 1.2%를 달성하는데 그친 선진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이후 20년 동안 동남아 4개국 경제는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기조를 회복했다.

이들 4개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젊은층 인구 비중이 높아 국내기업들의 소비재시장 진출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4개국은 외환위기 직후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신용공급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성장 기반을 조기에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거시정책 운용 측면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등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한편, 확장적 재정기조를 견지함으로써 경기침체에 대응했으며, 자유변동 방식으로의 환율제도 전환을 통해서는 국내외 불균형 축적을 막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중요성이 부각된 거시건정성 제고를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금융규제들을 도입하고 신용팽창 등 금융불안정 위험에 대비한 정책수단을 꾸준히 보강하여 경제 안전화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한은은 앞으로 동남아 4개국이 산업·무역구조 다변화, 생산성 개선, 기술 혁신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전략도 이에 부응해 재정립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규리 한국은행 조사역은 “동남아 경제는 중국을 대체하는 자본재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소비,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시장 선점과 투자 확대 등 현지화 전략에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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