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과 직접적 경쟁…기존 완성차업체 우위 점할 수도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향후 전기차 시장 마케팅이 단순한 주행거리 경쟁에서 상품성 경쟁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주행거리는 길어지고 가격은 내려가면서 내연기관 차량과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 전기차 시장은 대량생산 체제와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기존의 완성차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충전 소요 시간 10시간 제한’ 규정 폐지 및 최소 충전 속도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테슬라가 보조금을 지원받는 데 걸림돌이었던 충전소요시간 10시간 제한 기준은 지난 2012년 과도한 전기차 충전시간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최근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등이 출시되며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는 9월 환경부가 추가 의견을 취합해 고시 개정안을 확정, 공포하면, 테슬라를 비롯해 그 동안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 차량들도 2000만원 안팎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 1400만원을 포함해 지자체 별로 최대 2600만원까지 지원된다.

이같은 정부의 지침 변화는 주행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전기차 마케팅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소요 시간제한이 없어질 경우 테슬라처럼 다수의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거리를 늘린 전기차가 다수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를 구입에 있어서 주행거리가 더 이상 구매요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 생산량에 따라 1세대부터 3세대로 분류된다.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출시된 1세대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50~200㎞를 주행할 수 있고 연간 판매 대수가 30만대 이하 수준이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시장에 선보일 2세대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300㎞ 이상을 달릴 수 있고, 연간 판매 대수가 50만대에서 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량 생산체제였던 전기차 생산 설비도 2세대 전기차부터는 대량 생산체제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

GM은 올해부터 '볼트 EV'를 연간 3만대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며, 테슬라는 반값 전기차로 유명세를 얻은 '모델3'의 예약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5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50만대 규모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3세대부터는 전기차 간의 주행거리 경쟁이 아닌 내연기관 차량과의 상품성 품질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과 충분한 경쟁이 되는 만큼 수요층도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3세대 전기차가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갈 경우 가격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내연기관 차량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3세대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같은 전문 기업이 아닌 기존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전기, 기계, 화학 기술이 융합된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며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탑재하고 저가의 부품들을 적용하는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반세기 이상 차량을 생산해온 기존의 완성차업체들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며 “테슬라 등 신생업체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지적받았던 품질 문제를 하루 빨리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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