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미스터피자‧피자헛, 치고 올라온 도미노‧피자스쿨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과거에는 재계 순위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충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는 경우 쉽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영원한 1등이 없는 상황에서 피자업계의 순위도 요동쳤다. 전횡을 일삼던 기업들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고 하위권에 머물렀던 업체들은 순위를 뒤바꿨다. 피자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 불난 가맹점에 오너 갑질 뿌리기

미스터피자는 올해 피자업계 이슈메이커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갑질 논란’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주목하게 만든 주역이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피자업계 1위를 고수했던 미스터피자는 떨군 정 회장의 고개와 함께 추락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은 개별기준 지난해 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73억원의 영업손실 이후 계속된 적자흐름이다. 매출은 지난해 97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1703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미스터피자 국내 매장은 2014년 434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5년 411개 ▲2016년 367개 ▲2017년 1분기 356개 등 순으로 급속도로 줄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조사하는 브랜드평판 지수에서도 줄곧 3위권을 유지했던 미스터피자는 지난 3월 조사에서 피자알볼로에 자리를 내줬다.

미스터피자의 침몰은 단순히 ‘오너 리스크’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이지만 이에 앞선 2015년부터 MP그룹의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는 업계 1위라는 자만감에 빠져 있었다. 피자시장이 1인 가구의 증가로 배달을 강조한 소형업체들을 위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스터피자는 방문객 중심의 매장 운영을 고집했다. 배달 서비스 강화도 지난해 하반기가 돼서야 진행했다. 역부족있었다. 이미 경쟁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팔랐고 미스터피자는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방문객 중심 매장운영방식의 미스터피자보다 배달 중심의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경쟁업체 매출 성장이 가팔랐다”고 분석했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논란이라면 피자헛도 뒤지지 않았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자헛은 미스터피자와 함께 피자업계 상위권을 양분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브랜드 평판 지수는 상위권(2위)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 하락은 막지 못했다.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07억원으로 전년동기(7억원) 대비 214억원 더 적자폭을 키웠다. 2015년 매출은 893억원으로 2004년 기록했던 3000억원 매출에 비해 초라했다. 2015년 말 350개에 달하던 매장 역시 지난해 12월 말 332개로 20여개 줄었다.

업계에선 피자헛의 부진을 ‘갑질 논란’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피자헛은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프랜차이즈 매뉴얼 개정을 잠정 연기하기도 했다. 앞서 가맹점으로부터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 : 구매·마케팅·영업지원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를 받았다는 의혹과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100% 전환하며 임직원(정규직·비정규직) 3780여명 고용계약을 해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피자헛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가성비를 내세운 할인 프로모션 등에 적극 나서고 배달중심의 매장을 늘렸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앞서 계속된 부진에 부정적인 이슈가 덮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계속된 구설수로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겪었다”면서 “브랜드 타격은 매출 하락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마케팅도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 “고객과 가맹점이 원하는 방향 따라가야”

선두그룹이 실적 부진에 허우적대는 동안 중소형 브랜드는 약진을 거듭했다. 특히 도미노피자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지난해 210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10년 108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6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261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청오디피케이의 영업이익률은 12.41%에 달하는데, 이는 미스터피자(-9.16%)와 피자헛(-23.13%)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0개 피자 프랜차이즈 중에서 도미노피자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약 7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다.

도미노피자의 성장세는 사업 전략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자헛과 미스터피자 등이 레스토랑 매장 운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배달 위주의 영업 전략을 고수하며 차별화를 꾀해온 것이다. 게다가 빠르고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웹 기반 채팅 주문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진일보 시켰다는 분석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혁신으로 업계를 앞서나가며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피자를 매장에서 판매하는 피자스쿨의 성장도 놀랍다. 피자스쿨은 현재 서울 시내에만 총 23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8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피자스쿨은 2005년에 문을 열어 다른 경쟁사들보다 시장 진입 속도가 매우 느렸음에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피자스쿨은 가격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뒀다. 현재 피자스쿨의 메뉴 대부분은 1만원을 넘지 않고 가장 비싼 메뉴도 1만원 언저리에서 형성된다. 몇 만원을 훌쩍 넘는 타 업체의 메뉴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운영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우선 배달은 하지 않고 테이크아웃 위주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또한 매장 크기도 제한이 없어 10평 남짓한 공간이면 충분히 매장을 열 수 있다.

창업비용도 저렴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자료를 보면 피자스쿨의 가맹비·교육비·보증금 등 창업에 드는 비용은 726만원으로 ‘피자나라 치킨공주’(505만원), ‘59쌀피자’(550만원)에 이어 가장 저렴하다. 김영철 피자스쿨 상무는 “피자스쿨 출점 당시 피자는 비싼 음식이란 인식이 있었다”며 “피자스쿨은 ‘피자의 대중화’를 목표로 저렴하게 피자를 제공하고자 했더니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매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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