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업계 간 정치 싸움에 물든 비트코인… 업데이트 앞두고 ‘폭풍전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가운데 그 배경에 ‘세그윗‘(Segregated Witness·SegWit)을 둘러싼 비트코인 개발진과 중국 채굴(가상화폐 생산) 업체 간 갈등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그윗 프로토콜은 비트코인 블록체인(Blockchain·분산형데이터저장방식)이 가진 원천적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식이다. 하지만 중국 채굴집단은 세그윗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비트코인이 두 개의 가상화폐로 쪼개지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flickr.com/photos/zcopley/7297820998

◆비트코인을 둘러싼 업계 내 정치 싸움

1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BIP148라 부르는 사용자 중심 업데이트가 시작된다. 이번 업데이트에선 세그윗2x로 불리는 프로토콜이 적용된다. 세그윗2x는 비트코인 개발자가 아닌 일부 사용자가 개발한 프로토콜이다.

세그윗2x가 적용되는 이유는 비트코인이 갖는 초기 한계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거래량이 부쩍 증가했음에도 그간 비트코인 거래량이 하루 20만여 건의 거래 밖에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느렸다. 비자카드가 초당 5만6000개의 거래내역을 처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세그윗2x가 적용되면 기존 블록체인 기록 가운데 핵심 기술인 디지털 서명이 분리 보관된다. 블록 전체 데이터 량의 50~60%를 차지하는 서명 데이터를 묶어 보관할 경우 중복 데이터가 제거돼 거래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블록 크기를 기존 1메가바이트(MB)에서 2MB로 증량하는 하드포크도 6개월 내에 단행된다. 비트코인 개발자나 거래자들은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그윗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세그윗을 둘러싼 가상화폐 업계의 정치적 역학관계다. 특히 비트코인 블록 대다수를 차지해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내 채굴업자들이 세그윗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세그윗 업데이트가 도입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채굴 인프라에 다시금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비트코인 업체인 비트메인(Bitmain)이 ASICBOOST라는 편법을 이용해 기존 방식보다 가상화폐를 20~30% 더 많이 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세그윗이 도입되면 이들은 기존 편법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이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왜 세그윗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이끄나

현재 상황을 보면 다음달 1일에 세그윗2x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9일 오전 현재 비트코인 블록 가운데 87.6%에 달하는 숫자가 세그윗2x 도입에 찬성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블록 가운데 80%가 세그윗2x에 동의할 경우 세그윗이 활성화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블록은 거래에서 배제된다.

문제는 이 경우 추가적으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그윗2x는 디지털서명을 분리 보관하는 소프트포크(Soft-Fork·가상화폐가 분할되지 않는 일시적 분리)와 블록크기를 증량하는 하드포크를 수반하는데, 이 경우 비트코인 시스템 불안정성이 뒤따른다. 쉽게 말하면 일시적으로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포크나 하드포크가 진행되는 최소 1주일을 전후로 비트코인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업데이트 오류로 거래내역이 날아가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그윗2x에 불만을 갖고 있는 중국 채굴업계가 업데이트 자체를 반대하는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는 것 또한 문제다. 비트메인 최고경영자(CEO) 우지한 등이 최근 세그윗2x에 잠정 동의했지만 당장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하드포크를 통한 비트코인 분할로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세그윗2x 반대진형이 비트코인을 강제로 분할할 경우 기존 비트코인은 두 개의 화폐로 쪼개진다. 이 경우 가상화폐계 기축통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에 일대 혼란이 찾아와 큰 시세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게는 이더리움 등 대안화폐(알터코인)이 비트코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가상화폐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 보유를 만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 이상 올라오는 등 비트코인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점차 커지고 있다.

19일 비트코인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데스크(CoinDesk)에서 2321.70달러(한화 약 2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달 전 3000달러를 넘기며 상한가를 기록하던 시점에 비해 20% 이상 낮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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