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용자 자신 입장만 주장 말고 서로 존중,이해 공감대 필요...경제 선순환 구조 마중물 기대...자영업.영세업체 등 지원책 시급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냉면 한 그릇은 아니지만 김치찌개 더 사먹을 수 있게 됐다” “경조사 비용 걱정을 덜게 됐다” “아이들 장난감, 옷 하나 더 사줄 수 있게 됐다” 내년도 시간 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된 후 나온 서민 월급쟁이, 알바생들 반응이다.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폭(16.4%)으로 7,000원을 조금 웃돌지 않겠느냐는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결과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 3년 동안 평균 15.7%씩 인상해야 했는데, 초과 달성한 셈이다. 내년부터 15% 인상률로 단순 계산해도 당초 제시한 공약보다 1년 앞당겨진 2019년부터도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업체의 부담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와 과속 논란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동자위원 측은 올해 대비 54.6% 인상한 1만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2.4% 오른 6,625원을 제시했으나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거듭한 끝에 이 같은 최종안이 나왔다. 애초 올해 역시 노사합의가 불발되면서 공익위원이 임금을 결정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이날 표결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모두 참여했다. 결과를 보면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중 6명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공익위원들이 이례적으로 노동계의 편을 든 배경에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노동친화적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최소 연평균 15.7%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앞서 ‘올해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이 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미칠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으로 가계의 소득이 증대되면 소비 증가 →내수 활성화 →일자리 증가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너무 낮다 보니 내수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에서조차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그 어느 나라보다 내수 활성화 촉진에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 추세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비슷한 정책을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달러까지 올리려다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으나, 올해 미국 19개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뉴욕 등 3개 중에서는 최고 11달러까지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저임금 3% 인상’을 틈날 때 마다 당부하고 있고,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영세업자 등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다음날 당장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첫 경제장관회의을 열고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3조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해 직접 지원하는 내용의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월급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인데, 제한된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할 때 일시 미봉책은 될지언정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대책은 한시적일 뿐 국민의 세금으로 계속 지원을 할 수는 없다.

실제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실제 쉴 수도 없는 명목상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각종 편법 역시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현장에서 제대로 여러 가지 꼼수 없이 이행되도록 하는 사후적인 이행 장치 마련에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이유에 대해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다. 임금이 인상되면 수입이 늘어난 만큼 근로자의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 내수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익이 커지면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업주도성장, 특히 대기업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주장은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와 더 심한 소득불균형만 가져왔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다.

OECD 35개국 가운데 최저임금을 도입한 국가는 27개국이다. 지난해 절대 금액 기준으로 1위는 프랑스, 2위는 호주, 우리는 15위로 이스라엘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본과 미국이 각각 11, 12위로 8천원대이며, 앞으로 시급 1만원이 되면 9위인 영국과 비슷해 진다.

지금 우리 사회구성원들 모두에게 중요한 건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소득 불평등 해소 등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각자 유리한 통계만 가지고 주장하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공감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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