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용 제보조작 사건은 국민의당 '구태'의 결정판...공당 존재가치 상실, 정치적 책임져야

김용오 편집국장

[파이낸셜투데이=김용오 편집국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2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취업특혜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진 후 잠행을 거듭하다 무려 16일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나 이른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국민 사과라고 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들끓고 말장난에 불과했다며 여론은 싸늘하다. ‘도대체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말이냐’는 게 여론의 지적이다.

안 전 대표의 이른바 기자회견 핵심을 정리하면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저에게 물어달라”고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겠다”는 말은 ‘정치를 계속하고 다음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건 ‘결국 내가 다시 국민의당을 계속 이끌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당초 국민의당은 검찰 수사로 문재용씨 제보 조작 사건을 더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박주선 대표가 “죄송하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죄송하다 그러나 몰랐다. 당도 속았다”면서 이유미 씨 개인의 일탈이며 당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고 큰소리 치고 거꾸로 민주당에게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이준서 전 최고의원이 구속되자 또 다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이들 두 사람의 일탈로 매듭지려 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기자회견도 그런 당의 입장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준서 전 최고의원의 구속은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며 당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국민의당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전 최고의원의 구속으로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 김인원.김성호 부단장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나 박지원 선대위원장이 ‘문재용 특혜취업 의혹’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5월 5일 이전에 조작 녹취내용을 보고받고 발표를 허락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당과 무관한 단독 범행”이 아니라 “당 전체가 총체적으로 개입한 조작 녹취 사건”이 된다. 그동안의 정황과 작금 SNS 등의 여론은 안철수.박지원의 사전 보고 혹은 인지, 묵인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총선 전, 당시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박주선, 천정배, 정동영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한 유력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내세운 기치가 ‘새정치’였다. ‘새정치’는 안 전 대표의 간판이미지다. 하지만 그후 총선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지도부, 소속 정치인이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신물나는 ‘구태 정치’ 그 자체였다. 결국 이번 ‘제보조작 사건’은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보여준 ‘구태 정치’의 결정판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당의 주인인 안 전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상식이다.

이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존립 여부가 좌우될 상황에 놓였다.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와 박지원 선대위원장이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조작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만약 국민의당 주장대로 두 사람이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치열한 대선 막바지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자칫 대선 결과까지 뒤바뀔 수도 있는 조작된 의혹 제기 내용을 당 최고위층이 미리 보고받고 제가한 것이라면 당사자들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며, 만약 몰랐다 하더라도 검증시스템이 붕괴된 국민의당은 공당으로서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안 전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후 16일만에 나타나 실질적 책임은 없다는 식의 껍데기 기자회견을 했으며, 지도부를 포함한 국민의당 어느 누구도 “죄송하다”는 언급 이외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 모두들 “나는 몰랐다”고 발뺌하기 급급하다. 이같은 국민의당 행태가 여론 악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대선 당시 허위 조작된 의혹 제기를 하루에도 수차례 언론에 발표한 당 관계자들도 묵묵부답이다. 당이 존립 위기에 몰려 있지만 이웃집 불구경이다.

국민의당은 왜 이런 행태를 보일까?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국민의당에서 당당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당이 탄생했을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안철수씨의 대권야욕과 공천탈락 위기에서 빠져나와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호남출신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만들어진 당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람들 머릿속에는 자신의 의원직 연장만 생각하지 당을 아끼는 마음이 있을리 만무하다. 골치아픈 일이 생기면 뒷전에 숨거나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는 게 당연하리라.

지금 국민의당은 위기를 넘어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곤궁한 처지다. 39명의 의원이 소속된 제2 야당인 국민의당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문재용씨 제보조작 사건이 전부가 아니다. 새정치를 하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문을 연 정당이 창당한 지 1년 반 만에 지지율 3.8%의 정당으로 전락한 본질적인 이유는 ‘구태’다. 국민들은 그렇게 본다. 안철수 전 대표부터 박지원 의원, 박주선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핵심 인물들에게서 ‘새정치’를 떠올리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핵심 관련자들은 이번 사건의 검찰 수사결과에 따른 법적 처벌을 떠나 정계은퇴를 하는 게 정답이다.  그나마 그게 우리 정치판에 ‘새정치’를 선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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