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거나 없거나…“조립까지 1~2주 기달려야”

▲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쇠락한 용산전자상가가 비트코인발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11일 용산 한강로 선인 전자상가 3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상가가 문을 닫은 모습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비트코인 광풍이 몰고 온 그래픽카드 사재기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용산 전자상가의 분위기는 초상집에 가깝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그래픽카드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주력 제품들은 씨가 말라 PC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영세 조립 PC판매점들은 사재기가 장기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래픽카드를 구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전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선인상가에서 만난 소매업자 최필제(59)씨는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그래픽카드 대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사재기 대상인 그래픽카드를 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며칠째 한 대도 못 팔고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쯤 끝나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터넷 공간에 있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획득할 수 있다. 이를 ‘채굴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필수적이다. 가상화폐 채굴 과정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일반적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담당한다. 하지만 활용 분야가 넓은 대신 단순 계산 용도로 쓰기엔 비효율적이다. 반면 그래픽카드(GPU)는 방대한 단순 계산에 특화돼 있다. 실제로 복잡한 연산이나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개발 등 그래픽카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도 그래픽카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런 고성능 그래픽카드 가격은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여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일반 그래픽카드를 여러 대 쓰는 방식을 활용한다.

채굴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PC 1대당 그래픽카드가 4~6개씩, 최대 8개까지 필요하다. 특히 인기 많은 제품이 ADM 라데온RX 시리즈, 엔비디아의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 ‘GTX 1060’ 등이다.

이에 몇몇 ‘기업형 채굴가’들은 시중에 풀려야 할 수천 개의 그래픽카드를 한꺼번에 구매해 공장형 채굴소를 만들었고 이는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이어졌다.

◆예상보다 길어진 대란…이유는?

당초 PC업계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그래픽카드 사재기가 금방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채굴할수록 획득하기 어려워지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한 대의 채굴 전용 PC로 얻는 수익이 전기세와 투자비보다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의 가치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또 다시 많은 채굴가들이 그래픽카드 사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NVIDIA)사의 ‘GTX1060’과 AMD의 ‘라데온 RX580’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트코인발 광풍이 여전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방문하는 가게마다 해당 제품의 유무를 물어봤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1~2주정도를 기다려야 된다고 답했다. 또 있더라도 출시 당시 보다 2배가 넘는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입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사진=이건엄 기자

제기에 나섰고, 그래픽카드 대란은 두 달을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존의 GTX 1060모델과 RX 580 모델의 씨가 마르면서 상위모델까지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NVIDIA)사의 ‘GTX1060’과 AMD의 ‘라데온 RX580’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트코인발 광풍이 여전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방문하는 가게마다 해당 제품의 유무를 물어봤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1~2주정도를 기다려야 된다고 답했다. 또 있더라도 출시 당시 보다 2배가 넘는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입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또 그래픽카드를 못구하니 아예 해당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완제품 PC'를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완제품 PC도 물량이 동이 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판매상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수완’이 있는 일부 업체에만 해당되는 얘기이고,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 씨는 “총판 단계에서 물량을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물건을 따로 떼다 조립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힘들다”며 “보다 마진이 적은 사무용 PC와 보급형 PC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IT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더 이상 채굴로 얻는 가상화폐로는 차익을 내기 힘들다”며 “올 해 안에는 그래픽카드 대란도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기간 동안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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