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매개 송금 합법화로 수수료 경쟁… 장기적 ‘무료화’ 가능성도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해외송금시장 개방을 앞두고 가상화폐가 매개로 사용될 수 있다는 당국 법 해석이 나왔다. 가상화폐를 활용할 경우 시중은행 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해외송금이 가능해져 시장 경쟁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무료 해외송금 서비스 업체도 출현해 자국 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무료 송금이 국내에도 확산될 경우 기존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던 금융사에 수수료 인하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시행될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가상화폐 해외송금이 합법화된다. 가상화폐를 통한 해외 송금은 외국환거래법상 불법이었지만 최근 관련 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합법화가 결정됐다.

유예린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국내 고객은 원화로 송금할 것이고 은행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해외로 외화가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그 매개로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해외송금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통한 해외송금시 보안관리 비용과 전산 유지비용 등을 감축할 수 있어 은행권과의 수수료 경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이용한 해외송금시 시 수수료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10%까지 내야 한다. 국내 은행이 국제 중개은행을 거쳐 해외 수신은행에 입금하기 때문에 송금 수수료 외 은행 수수료와 전신료, 환전료, 중개 수수료 등이 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이용할 경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 신뢰가 유지돼 보증기관이나 신탁사가 없어도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해외송금 수수료는 0.5~1.0%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송금 시간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기존 해외송금은 길게는 이틀까지 걸렸지만 가상화폐를 활용할 경우 빠르면 초 단위 송금도 가능해진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외송금업에 뛰어들 예정인 핀테크 업체들만 30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해외송금시장에 핀테크 업계가 급부상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수수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한 해외송금시 수수료 우대 등의 혜택을 담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사 또한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해외송금 시장이 열린 이후 상황을 봐가며 대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송금 무료화, 국내에서도 실현될까?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해외송금 서비스가 무료로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조사도 나왔다.

강미정 하나금융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블록체인 지급결제 스타트업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Circle Internet Finantial·이하 서클)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페이스북 메신저 ’WhatsApp’과 ‘IMessage’ 앱에서 무료로 해외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서클은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미국과 영국, 스페인에서 공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수수료나 환전가산율 없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처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P2P 거래규모는 10억달러(한화 약 1조1500억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이용자 수도 10배 이상 늘었다.

아직까지 수익이 없음에도 투자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중국 바이두, 액셀 파트너스, IDG 캐피탈 파트너스 등 굴지의 투자사들에게 1억4000만달러(한화 약 1600억원) 투자를 받았다.

강미정 수석연구원은 “블록체인 기반의 무료 송금서비스는 기존에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한 금융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은행들도 간편하고 저렴한 수수료의 송금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 등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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