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진산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나는 꾼이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자서전의 제목이다. 정우현 전 회장은 그의 책 제목처럼 철저한 꾼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경남 하동 산골에서 태어난 정우현 전 회장은 동대문 의류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이대에서 시작한 작은 피자가게 역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노력으로 빚어진 한 권의 책은 전국의 수많은 창업자들의 성공 지침서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랬던 그가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정우현 회장은 7일 구속 수감됐다.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그룹의 도 넘은 ‘갑질’이 원인이었다.

정우현 전 회장은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입하면서 중간업체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50억원대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가맹점주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보다 비싸게 치즈를 공급받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또한 가족‧친인척을 직원으로 취업시켜 40억원 가량의 급여를 부당하게 받은 혐의도 있다. 가족의 수익을 위한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였다. 그는 친인척만을 위한 ‘꾼’이었던 셈이다. 기업에겐 원가를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 상식은 가맹점주들에게는 예외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보복출점 의혹이다. 본사와의 갈등으로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 일부는 피자연합 협동조합을 출범시켜 매장을 새로 열었다. 정우현 전 회장은 해당 매장 옆에 미스터피자를 열어 할인 전쟁을 하는 등의 행태를 일삼았다. 이러한 갈등으로 지난 3월 한 가맹점주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는 그의 ‘꾼’ 정신이 만든 비극이었다.

기업의 첫 번째 목표는 이익이지만, 정우현 전 회장은 그 목표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MP그룹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85억원으로 전년동기(388억원)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 정우현 전 회장이 가맹점주를 쥐어짜면서도 적자를 얻어낸 것이다. 심지어 2014년 434개에 달했던 미스터피자 국내매장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56개로 줄었다.

국어사전에서 ‘꾼’은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정우현 전 회장은 그렇게 저렴한 방식으로 가맹점주를 괴롭혀온 것일까. 정우현 전 회장의 ‘꾼’. 그것은 불법과 편법, 가맹점주를 짓밟고 올라선 공허한 목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꾼은 무엇이었을까. 세계 1등 피자기업 회장의 비참한 추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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