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양도세 도입 논의 급물살 ”제도화로 보호 먼저“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최근 추진 중인 가상화폐 관련 법제화 방안에 양도소득세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세청장 후보자도 가상화폐 양도시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향후 가상화폐 양도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화폐도 엄연히 화폐이자 거래 수단이기 때문에 양도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가상화폐에 양도세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투자자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외화가 유출되고 국내 거래소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라 밝혔다.

개정안은 가상화폐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규정했다. 가상화폐 판매나 구입, 대행, 중개, 알선 등 관련 영업활동을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또 가상화폐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을 양도소득의 범위에 포함시켰고 관련 과세를 위해 가상화폐의 발행과 매매, 중개관리, 교환거래 관련 구체적 사항과 지급명세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최근 거래급증에도 국내에 관련 법규가 없어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는 물론 관련된 행위 전반이 법적 테두리 밖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선진국 등은 법적인 정비가 마무리된 곳도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늦지 않게 법적 제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승희 국세청장도 후보자 시절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이 탈세와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있어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관련 부처와 협의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안점은 ‘화폐 여부’

가상화폐에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판단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화폐로서의 기능보단 투기와 탈세 수단에 치중된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기준 의원의 주장대로 가상화폐는 익명성이 보장돼 거래 당사자를 파악하기 어려워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물론 가상화폐를 원화나 달러 등 공식화폐로 환전할 경우 계좌 추적이 가능하지만, 가상화폐로 상존할 경우에는 누가 보유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개인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제 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현재 법과 제도로는 세금 징수는 물론 전달 주체와 객체조차 알 수 없다. 자산가가 거액의 돈을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순간부터 불법 자금을 전달하거나 편법 상속을 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국세청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에서 두 곳의 법인체가 가상화폐를 활용해 탈세를 시도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이트가 모든 사용자 정보를 넘겨줄 것을 법원에 요청해 올해 1월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지난 5월 발생한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의 피해로 보안업체인 ‘인터넷나야나’가 비트코인으로 13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해커에게 준 바 있다.

하지만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고, 가상화폐 사용처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독일이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가상화폐로 인정한데 이어 지난 4월 일본 참의원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또 최근에는 호주와 필리핀, 인도 등 국가들이 비트코인 합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가상화폐가 속속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상화폐에 양도세를 매기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상화폐 가치 변동폭이 단 몇 시간 사이 20~3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명확한 과세 기준을 잡기 힘들 뿐더러, 양도세를 걷기 위해선 먼저 가상화폐와 거래소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가상화폐에서 세금을 걷고 싶다면 재산으로 인정하고 보호를 해주는 게 먼저”라며 “탈세를 막기 위해 무작정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은 지나친 과세이자 가상화폐 시장을 죽이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거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침체될 가능성 또한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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