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 공익제보자 보호 방안 사각지대 여전...신분보호, 실질적 긴급구제 대책 시급... 부패방지기구 설치해야

[파이낸셜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사례1 : 현대자동차 엔진 결함을 공익제보했다가 현대차로부터 고소당한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건이 검찰에 넘겨졌다. 김 전 부장은 지난해 8~10월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언론 등에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과 회사의 결함 축소·은폐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공익제보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제3자에게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해임 처분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올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전 부장의 기밀 유출이 공익적 제보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에 복직을 요구, 지난 4월께 복직한 김 전 부장은 견디다 못해 결국 한 달여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사례2 :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인권의학연구소는 공익제보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부 공익제보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2017 공익제보자 생활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생계비 지원, 법률상담, 심리치료 등이 진행되며 생계비의 경우 공익제보자의 가구소득에 따라 월 최대 200만원에서 최소 50만이 6개월간 지원된다.

‘공익신고자’는 양심에 따라 국가이익을 위해 제보하거나 잘못된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결단을 한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고발,고소 당하고 법적,금적적 손해를 입는다. 통계에 따르면 공익제보를 한 뒤 소속 조직·기관의 보복을 받지 않은 제보자는 10명 중 1명 수준이다. 이런 풍토에서 조직 내부의 고발 등 공익신고가 제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건강한 사회로 가는 훼방꾼이 너무 많다.

내부 비리를 고발하라고? 그래야 사회가 맑아진다고? 말은 쉽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독버섯을 뿌리 뽑으려면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부터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7일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신고대상에 공직자의 선개개입 및 국가기관의 권한남용 등을 포함시키고 제보자의 책임 감면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방안이 공익제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형법상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한 기업범죄가 여전히 신고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제보자의 신분보호를 위한 대리신고제, 경제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구제 방안 등 핵심적인 보호∙보상방안이 빠졌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독립적인 부패방지 전담기구 설치에 관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는 점이다.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방안은 -공익신고자의 범위 확대 -필요적 책임감면제 도입 -신고자 보호 전담조직 강화 -공익신고자 불이익 발생여부 상시 모니터링 -신속 구제 수단 적극 활용 등이다. 2010년 국무총리실이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2012년 국가정보원의 불법선거개입,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정권의 주요 공직자들이 저지른 부정부패 사건은 공익제보자들의 기여로 실체가 밝혀졌음에도 제보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안인데도 법에 관련 행위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사례가 있다.

문제는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내용만으로 공익신고의 사각지대를 온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공익침해행위는 현재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279개의 법률 위반사항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신고자는 보호∙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침해행위 법률을 나열해서 규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이 아닌, 어떤 법률 위반인지와 관계없이 신고를 인정하는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공익침해행위를 특정 법률 위반 여부로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살상 현실적으로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내용 보다 실질적인 부분은 제보자 보호와 보상 강화 방안이다.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이 제보자의 신분 노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해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를 허용해야 하며, 해고 등 불이익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의 일시적 해소를 위한 긴급구제 방안, 생계 보장을 위한 충분한 보상 대책 등이 반드시 제도화 되어야 한다. 공직윤리를 소신있게 지킨 경우에도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반부패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던 공약을 빠른 시일내 실체적으로 지켜야 한다. 사회 각 부문의 불법, 편법, 부패·비리도 구조적으로 은밀하게 지능화되어 가고 있다. 부패의 먹이사슬은 교묘하게 공고화 되고 있다. 공익신고자, 즉 내부고발자의 ‘호루라기 불기’가 필요한 까닭이다. 공익신고자가 많아 질수록 부정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이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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