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동준 기자] 전자업계에 ‘직급 파괴’ 바람이 거세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부터 기존 7단계 직급을 4단계로 줄이고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 LG전자도 직급 체계를 개편한다.

직급 단순화의 명분은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평적인 소통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7월부터 현재 5단계인 사무직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한다. 사원 직급만 기존과 같고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통합한다.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회사는 기존 직위와 연공 중심에서 역할과 능력, 성과 중심으로 새 직급체계를 만든 만큼 새로운 기업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무직 직급체계뿐만 아니라 연구원 체계도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어든다. 기존에는 ‘연구원·주임·선임·책임·수석’으로 구분했지만 연구원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주임과 선임은 선임연구원으로, 책임과 수석은 책임연구원으로 바꾼다.

이번 직급체계 개편은 LG전자가 사내 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한 데 따른 또 하나의 시도다. 지난 3월부터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해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월요일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굳이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7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하고, 직원간 호칭을 '님' 등으로 바꿨다. 직급체계부터 직원간 호칭, 회의문화, 회식문화, 업무지시, 인사평가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혁신했다. 상사 눈치를 보며 오래 회사에 남아있거나 주말에 출근하는 걸 막기 위해 잔업, 휴일 특근을 최소화했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 누적에 따른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직급 파괴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여러 단계를 거쳐 승진하면서 인사 시기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업무를 맡길 때 서열을 따지는 문화 역시 이번 단순화를 통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호칭 변화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서서히 문화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저성장 장기화로 기업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업 구성이 점차 피라미드가 아니라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더는 과거와 같은 속도, 방식으로 승진할 수 없게 되면서 직급 축소와 팀 내 직원들의 역할 변화로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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