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효율, 소비자 선택 ‘의문’…“규모의 경제가 해결할 것”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하이브리드차가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지만 전기모터 단독으로 주행이 불가능한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가격적으로 봤을 때 일반 하이브리드차보다는 저렴하지만, 연료 효율은 내연기관과 별반 차이가 없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롱 하이브리드차의 가격과 기술이 내연기관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 만큼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설 자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김재산 만도 글로벌 R&D 선행센터장(상무)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KAIDA 오토모티브 포럼(KAIDA Automotive Forum)’에서 48V 하이브리드(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해 소개했다.

김 상무는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구성이 간단하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가격에 연비 개선 구현이 가능하다”며 “2016년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최초로 출시됐고 2020년 이후에는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는 모터 출력에 따라 스트롱 하이브리드와 마일드 하이브리드 나뉜다. 스트롱 하이브리드는 모터 출력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현재 대부분 하이브리드차를 말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약한 출력의 모터를 쓰는 대신 시스템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해 15% 이상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

특히 김 상무가 소개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차량 전자장치 전압(12V)보다 4배나 높은 전압을 사용한다. 4배 높은 전압을 사용하면 같은 전력을 내더라도 전류는 이에 반비례해 4분의 1로 줄어든다.

이렇게 전류가 줄어들면 전선 굵기가 줄어들어 전선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현재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유럽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채용이 늘고 있다. 아우디가 2014년 LA오토쇼를 통해 공개한 컨셉트카 프롤로그의 핵심 기술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엔진의 제너레이터를 출력을 향상시킨 벨트 구동의 스타터 겸 올터네이터에 부착함으로써 엔진의 구동력을 보조한다. 또한 구동계의 일부를 고압의 48V 전원으로 해 회생 발전과 구동 보조의 출력을 12kW 정도로 높였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엔진 내에 공급되는 전압을 48V로 올리면 에어컨 컴프레셔와 워터펌프 등을 모터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하다”며 “점화 플러그에도 더 강력한 전압을 주입해 정확한 연소가 가능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메이커들이 48V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토요타와의 차별화가 포인트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1997년 첫 양산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래 변함없이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해 현재 연간 100만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토요타와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풀 하이브리드는 주로 토요타가 장악하고 있는데 연간 판매대수 100만대를 달성하는데 15년 정도가 걸렸다”며 “유럽 메이커들이 공동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투입할 경우 좀 더 짧은 시간에 같은 규모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아 보이는 48V 하이브리드 이지만 대중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트롱 하이브리드에 비해 연료 효율은 떨어지지면서도 내연기관보다는 비싼 가격 때문에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가솔린차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디젤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디젤차에 탑재할 경우에는 스트롱 하이브리드와 가격이 비슷해져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스트롱 하이브리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기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현을 위해 48V 배터리와 전압 변환기 등을 설치하기 때문에 가격이 내연기관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며 “이는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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