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째, KB금융에 리딩뱅크 타이틀 내줄 위기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2010년 신한금융지주 임원들 간에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신한사태’가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업계에선 취임 3개월 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부 후유증을 수습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홍은 수습했지만 취임 100일을 앞둔 조용병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9년간 수성해온 국내 ‘리딩뱅크’ 타이틀을 KB금융지주에 내줄 수 있는 상황이고, 포화상태에 다다른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는 일 또한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2020프로젝트’를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내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함과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현지화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 3년이지만, 만 70세까지 회장을 연임할 수 있다는 지주사 내부 규정에 따라 최대 3차례 연임할 수 있다. 그리고 조 회장의 첫 임기가 끝나는 3년 뒤에는 그가 천명한 2020프로젝트의 성적표가 나온다. 조 사장이 향후 3년 간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따라 그의 연임 여부 또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추격 어떻게 뿌리칠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순이익 9971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며 금융지주 1위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KB금융도 1분기 순이익 8701억원을 기록해 양사간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KB금융의 추격은 세부 지표를 보면 더욱 뚜렷하다. 신한금융은 1분기 순이익 가운데 새로운 손실률 지표를 반영해 생긴 일회성 요인이 2800억원에 달한다. KB금융는 카자흐스탄 BCC은행을 매각한 1580억원이 일회성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제외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각각 7171억원, 7121억원이다. 격차는 50억원까지 줄어든다.

향후 분위기도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2분기 KB금융 당기순이익이 신한금융을 앞지르면서 국내 대표 금융지주 자리가 신한금융에서 KB금융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KB금융이 최근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부문을 키운 반면 신한금융은 소극적 수성 전략을 유지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지난 4월 KB손해보험·KB캐피탈 자회사 편입 건이 오는 2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반면 신한금융은 특별한 호재가 없을 뿐더러 최근 은행실적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에게도 밀릴 처지에 놓여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지주사 순위 역전에 대해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2분기에는 1등 금융지주가 KB로 바뀌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KB금융의 올해 순이익은 KB증권 실적의 100% 반영과 판관비 감축 효과 등으로 2조1000억원대는 가능할 것”이라며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격차가 좁아지면서 선두 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도 이를 의식해 “KB가 바싹 따라붙었다. KB금융에는 절대 밀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또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중장기 플랜 마련을 지시하는 등 국내 1위 지주사 자리를 수성하는데 총력을 가하고 있다.

◆해외 금융시장·디지털 부문도 속도 올려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국내 금융지주 1위 수성과 함께 해외시장 확장과 디지털 금융 강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 또한 조 회장에게 시급한 과제다.

조 회장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중심, 미국 등의 6대 법인에서 시장조사 등을 통해 기회를 찾고자 한다”며 “해외 당국의 규제에도 준비를 잘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에도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기울였다. 국내 은행 최초로 미얀마 현지에 점포를 냈고 베트남에선 해외 은행 중 자산규모 1위에 등극했다. 이밖에도 인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인도차이나 국가들을 위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지주 회장 취임 이후 100일 사이에도 조 회장의 해외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6박 7일 일정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을 방문했고, 지난 12일에는 4박 5일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을 돌며 기관투자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해외시장을 노리는 금융사가 비단 신한금융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한은행만의 차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또 동남아의 경우 당국의 규제망을 풀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점 또한 걸림돌이다.

디지털 금융 또한 조 회장이 적극적으로 미는 분야 중에 하나다. 신한금융은 오는 7월까지 전사적인 디지털 금융 사업 총괄을 위해 계열사간 따로 운영되던 디지털 부문을 중앙 집중화된 매트릭스 조직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외부인재 충원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한 첫 외부인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였고, 최근에는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진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자리에 앉혔다.

이밖에도 장기적으로 내부 디지털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고려대와 산학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9월 디지털금융에 관한 특과 교육과정(금융공학과)을 개설해 그룹 계열사 직원 30명을 금융공학 전문가로 양성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일 ‘제4차 산업혁명시대 금융강국의 길’ 포럼에 참석해 빅데이터 가치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고객 경험 서비스 혁신, 마케팅 디지털화, 사업운영 개선, 리스크 최적화, 혁신적 사업모델 구축 등 6가지 영역에서 중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자사 디지털 금융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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