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포화에 ‘블루오션’ 눈돌려… 금융 수장들 줄줄이 동남아행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국내 은행의 동남아시아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 대신 빠른 성장세에 금융인프라가 덜 발달된 동남아 국가들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동남아 진출은 과거 베트남 등에 편중됐지만 최근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지 진출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지점 설립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양적 확장과 마이크로파이낸스법인(MFI) 설립, 모바일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권 수장들도 동남아 주요 국가 순방에 나서는 등 신흥시장 먹거리를 붙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들어 베트남 현지 외국계 은행 중 1위에 올라섰다. 베트남은 인구 9500만명에 연간 6%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대표적 신흥 금융시장이다.

▲ 신한베트남은행. 사진=신한은행

1995년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M&A와 지점설립 등 양적 확대 전략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베트남 소매금융 사업부문 인수에 성공했고, 지난달에는 베트남중앙은행으로부터 4개 지점 설립과 현지 수탁업무 라이선스 인가를 획득했다. 합병과 지점 설립이 완료되면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30여개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KB국민은행은 2011년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치민 지점에 진출했고 지난해 2억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확보했다. 올해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하노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베트남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를 국내에 초청해 주택금융 워크숍을 열기도 할 만큼 베트남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노이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해 현지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99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지점 2곳만 운영했지만 향후 3년내 20개 지점을 추가 설립해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블루오션’ 진출도 활발

인구 5600만명의 미얀마시장에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 미얀마 현지법인인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이달에만 4개 지점을 오픈해 미얀마 내 우리파이낸스 지점은 총 17개로 늘었다.

2014년 미안마에 MFI 해외법인을 최초로 설립한 농협은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통해 3개 지점을 운영하는데 이어 연내 2개 지점을 추가로 열기 위해 사무실 임차 계약을 마무리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3월 미얀마에 MFI를 설립해 양곤 1호점을 냈고 연내 행정수도 네피도와 경제중심지 만달레이 등에 영업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은행들이 미얀마에 소액금융업인 MFI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는 미얀마 금융의 특수성이 한몫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미얀마 국민들은 연 금리가 60%에 이르는 사채를 써야하는 상황이라 30% 안팎에 대출 받을 수 있는 외국계 마이크로파이낸싱을 찾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편이다. 또 생전에 빚을 값아야 사후에 고통 받지 않는다는 불교국가 속설로 인해 개인 연체율이 낮은 것도 큰 장점이다.

인구 2억5000만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진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 탓에 인도네시아 내 한국계 은행은 지난해 6월말 기준 법인 6곳, 사무소 2곳 등 8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이 외국계 은행 지분 인수 규제를 완화하는 등 M&A를 통한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2대 국영은행인 라크야트 인도네시아 은행(BRI)과 제휴를 맺고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연내 인도네시아 내 은행 2~3곳의 M&A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인도네시아 영토 확장 의지를 표명했다.

신한은행은 2015년 현지은행은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를 인수해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소다라 은행과 빈탕 마눙갈 은행을 인수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동남아 발길 재촉하는 금융권 수장들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들도 연이어 동남아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 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2개국 출장에 나섰다. 이 행장의 동남아 행은 지난 3월 연임 후 첫 출장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찾은데 이어 두 번째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지난 4일부터 일주일 간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베트남 등 3개국을 방문했다. 온전한 해외 현장경영을 위한 출장으로는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선 동남아시장 개척에 대한 위 행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에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동남아를 찾을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방문 후 가능하면 미얀마, 홍콩 등도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농업 파생산업을 무기로 앞서 동남아에 진출한 은행권과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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