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매각 우려, 채권단 극단적 선택 쉽지 않을 듯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다르면 금호산업이 전날 이사회에서 금호타이어 상표권과 관련해 채권단에 제시한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등 박삼구 회장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벼랑 끝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있어 상표권 사용 조건은 선결되어야 할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금호산업은 지난 9일 ▲매출액 대비 0.5% 사용료율 ▲사용기간 20년 보장 ▲해지 불가 등을 수정안으로 제시한 뒤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더블스타 측은 ▲매출액 대비 0.2% 사용료율 ▲5+15년 사용(더블스타에 언제라도 3개월 전 서면통지로 일방적 해지 가능) 등을 조건을 내걸고 있다.

더블스타 측은 금호타이어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인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산업 측은 유사 사례를 감안해보면 사용료율 0.5%가 지나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상표권 사용료율은 0.5%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매출액의 0.8%가 삼성으로 넘어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세계시장에서 10위권의 우량 업체로 더블스타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게 금호산업 측의 주장이다.

채권단은 20일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또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과 담보로 잡고 있는 박 회장의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매각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면 박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1조3000억원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로 가거나 ‘사전회생계획제도’ 돌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채권단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에는 걸림돌이 많다. 광주전남지역사회와 190여개 대리점주 등은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가 매각되면 국부 유출과 고용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노동조합은 박 회장과 더블스타 모두를 반대하고 있다. “부실 매각 시 5000여명의 근로자와 12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60여개의 협력업체가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다”는 게 이유다.

졸속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진과 채권단의 갈등으로 금호타이어 졸속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권을 발동해 사태를 바로 잡아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 졸속매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명분 없이 금호 측을 압박하다가는 매각불발에 대한 책임이 채권단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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