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비슷한 MPV 피해…B세그먼트 분류 ‘무의미’

▲ 현대자동차 소형SUV 코나. 사진=현대차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필두로 차종간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모델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다목적차량(MPV)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도 MPV를 SUV화 시키는 등 미니밴시장 축소가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올란도와 기아자동차 카렌스 등 국내 MPV의 올해 1~5월 판매량은 총 4908대로 전년동기(6354대) 대비 22.8% 줄어들었다.

특히 국내 MPV시장 규모는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이들 차량의 2014년 판매량은 2만3786대였지만 2015년 2만3333대를 판매해 1.9%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만6466대를 기록해 29.4%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소형SUV는 세를 크게 확장해 나갔다. 2014년 2만8559대에 그쳤던 국내 소형SUV 판매량은 2015년 188.2% 급증해 8만2308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기아자동차 니로의 가세로 27.5% 증가하면서 10만4936대가 판매됐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코나까지 합세하면서국내 소형SUV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소형SUV를 앞세운 크로스오버차량의 등장으로 차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수요층과 구매 목적이 가장 많이 겹치는 MPV가 피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업체들이 소형SUV 성공을 맛본 뒤 MPV에 대한 관심을 줄인 점도 판매량 감소에 한몫했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MPV는 올란도와 카렌스 단 2종이다. 이마저도 올란도가 올 상반기 단종된다는 얘기가 돌면서 MPV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소형SUV는 2012년 한국GM 트랙스를 시작으로 2013년 르노삼성 QM3, 2015년 쌍용자동차 티볼리, 2017년 현대차 코나 등 해가 지날수록 다양한 차량들이 출시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MPV를 점차 축소하는 분위기다. 푸조의 경우 과거 MPV였던 3008을 SUV화 시켜 판매량을 극대화 시켰고, ‘크로스오버’라는 명목 아래에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 가릴 것 없이 소형SUV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30~40대 가장을 중심으로 MPV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사장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인기와 판매량 모두 소형SUV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세단시장도 소형SUV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는 등 열풍이 거세다”며 “수요층이 겹치는 MPV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완성차업체들이 MPV 경쟁력 강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소형SUV에 완전히 잠식될 수밖에 없을 것”것이라며 “MPV만의 매력을 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소형SUV에 빼앗긴 MPV 수요를 회복하기엔 어려워 보인다”며 “더욱이 MPV를 기피하는 한국시장의 특성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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