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제목만 보고서도 “갱신형 보험이 좋은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 알아 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궁금해진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어 흔히 실손보험이라고 부르는 실손의료보험을 떠올려 보자. 실손보험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이고, 보험사가 매년 새로 산출한 갱신보험료를 알려 주는 대표적인 갱신형 보험이기 때문이다.

갱신형 보험은 일정기간(보통 1년, 3년, 5년)마다 보험료를 다시 조정하는 상품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보험료가 오르고, 여기에 갱신 전 기간의 보험금 지급 실적이 반영되어 보험료가 더 크게 오른다. 반면 비갱신형 보험은 처음 보험료 그대로 변동이 없다. 가입 초기에는 보험료가 갱신형 보험에 비해 비싸지만, 후기에는 오히려 싸진다.

갱신형 보험은 가입 초기에 보험료가 저렴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보험사들도 적극 추천한다. 그러나 갱신형 보험은 다음과 같이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보험이 아니며 소비자를 위한 보험도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첫째,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되어 계약 유지가 어렵다.

실손보험의 경우 갱신보험료가 1년에 20% 안팎으로 인상되고 있어 가입자들 원성이 자자하고, 인상된 보험료 부담으로 중도에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장을 계속해서 받을 수 없다. 이 현상은 고연령으로 갈수록 심하다. 고연령층은 수입이 단절된 상태에서 크게 인상된 갱신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갱신형 보험은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률이 증가하는 경우 보험료가 계속 인상되므로 계약 유지가 어렵다. 1년에 20%씩 인상되는 추세라면 지금 30대 가입자가 60대, 70대가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보험료가 된다. 놀라운 일이겠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둘째, 갱신형 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사고로 보험금을 받은 경우 동일한 위험을 계속해서 보장 받을 수 없다.

보험사들은 계약을 갱신할 때 특정한 급부의 보장을 제외하거나 보험금을 삭감, 보험료를 할증하는 등의 조건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갱신형 보험은 소비자가 보험을 합리적으로 구매하기 어렵다.

보험 가입 시 장래 납입해야 할 총 보험료와 받는 보험금을 비교해야 하는데, 장래 납입해야 할 보험료가 오리무중이므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 결과 합리적으로 보험을 구매할 수 없다. 실손보험 가입 당시 매년 20%씩 갱신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아무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행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면 갱신형 보험의 총 보험료가 비갱신형 보험의 총 보험료 보다 훨씬 많아 질 것이 분명하다.

넷째, 갱신형 보험은 보험사 돈벌이를 위한 보험이다.

보험사들이 비갱신형을 줄이고 갱신형 판매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돈벌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갱신형 보험은 보험사들이 본래의 업(業)인 위험 인수 책임을 가입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보험이고, 소비자들의 무지를 이용해서 돈벌이 하려는 보험이다. 그래서 갱신형 보험은 소비자들에게 보험사 먹여 살리다가 보험료 내기 버거우면 스스로 포기하라는 보험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험사들은 갱신을 통해서 100세까지 보장받는다며 부끄러움 모르고 소비자를 현혹하며 갱신형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별 생각 없이 갱신형 보험을 가입한다. 그러나 100세 보장은 누가 보더라도 이론상 가능할 뿐, 실제로 불가능할 전망이므로 속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의 연령, 경제적 형편이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보험료 부담이 크면 갱신형도 괜찮다. 특히 저연령층은 갱신형이 유리하다.

그러나 저연령층이 아니라면 비갱신형 보험이 좋다. 수입이 있는 활동기에 보험료를 더 내서 은퇴 후 수입이 단절되더라도 계속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장을 계속 받아야 하고 매년 인상되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비갱신형이 낫다. 더구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래 살기를 원하고 그 때까지 보장 받기를 원한다면 비갱신형 보험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더 확실해 진다.

문제는 보험사들이다. 보험사들이 갱신형 보험만 판매한다면 소비자가 비갱신형을 가입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당국이 나서서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갱신형 보험 판매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 이런 일 제대로 하라고 금감원, 금융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보험 자유화를 빌미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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