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 불투명…대출 중단 등 ‘반쪽 은행' 우려

▲서울 광화문 한 빌딩의 케이뱅크 광고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70여일 만에 여·수신액 1조원을 돌파하며 연내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정책으로 인해 자본금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급격한 대출 증가세가 마냥 기쁘진 않아 보인다.

업계에선 케이뱅크 자본금 확충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반쪽 은행'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뱅크도 이를 의식한 듯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는 연내 자본금 확충을 위해 개별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설명회에서는 자본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방안 등이 논의되며, 유상증자 규모는 2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당초 2~3년 기간을 두고 증자하려 했지만, 현 수준의 여신 증가세가 유지되면 그 시기가 빨라질 필요가 있다”며 연내 증자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케이뱅크가 증자를 서두르는 이유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대출 증가세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출범하면서 연내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비교적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이자로 사업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했고, 덕분에 개점 70일만에 수신액 5200억원, 여신액 4800억원을 기록하면 올해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여기에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기존에 케이뱅크가 내놓은 대출 상품에 비해 규모가 크고 수요도 많아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이 수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는 증자를 위한 '총알'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 은산분리 규정으로 KT가 단독으로 증자에 나설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률중인 은행법이 개정안이나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이 해결되야 한다.

은산분리 조항으로 인해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한 21개사 주주가 사실상 동일비율로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주주사별 자금사정이 달라 같은 비율로 증자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 문제는 여전히 국회에서 찬반양론으로 나눠져 있고, 6월 임시국회 인사청문회와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로 인해 관련 논의를 위한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빨라야 내년 4월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유상증자에 실패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은행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가 ‘직장인K신용대출’에서 한도거래(마이너스통장)방식 상품 판매를 일시 중지한 반면 예금 상품 특별판매에 나선 것도 당분간 여신보단 수신 늘리기에 전념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직장인K신용대출에서 마이너스 통장 방식을 일시 중단한 것은 소액 카드론 방식의 미니K마이너스통장 대출상품과 구분하기 위함”이라며 “시스템 정비가 완료되면 상품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