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중 60% 육박…“하이로지스틱스 인수 영향”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LG상사가 2년 전 인수한 판토스의 내부거래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수 당시 불거졌던 4세 경영 자금 마련을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판토스가 지난해 LG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8466억원으로 전년(6622억원) 대비 27.8%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54.8%에서 60.0%로 5.2%p 상승했다.

이는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할 당시 밝힌 시너지효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당시 제기됐던 4세 경영 발판 마련을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판토스가 LG전자 물류를 담당하던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LG그룹 물류 역량이 집중된 점도 이같은 의혹에 힘을 실어준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씨가 설립한 판토스는 2015년 LG상사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LG그룹 방계 물류기업으로 분류됐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향후 판토스를 상장시켜 구본무 회장 장남 구광모 ㈜LG 상무의 그룹사 지배력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판토스의 가치 상승을 위해 실적 성장을 지속해야 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방법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늘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구 상무가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 주식은 ▲㈜LG 6.03% ▲LG상사 2.11% 등이다. 구 상무는 그동안 부친인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LG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확대 작업을 지속하면서 지금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을 지속하기에는 ㈜LG의 덩치가 너무 크다.

만약 판토스를 상장시킬 경우 주식자산 승계율이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구 LG상무의 그룹사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구 상무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19.9%)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기 때문에 내부거래 확대에 따른 부담도 없는 상황이다. 구 상무가 7.5%로 가장 많고 구연경씨 4%, 구연수씨 3.5%, 구형모 과장 2.5%, 구연제씨가 2.4%를 각각 보유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판토스는 향후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도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법에 대기업 계열사 중 오너일가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다.

이 같은 지적에 판토스와 모기업인 LG상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상사 관계자는 “인수 당시 물류 강화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판토스 인수를 추진했다”며 “그 효과 유무를 논하기에는 현재로선 이른감이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토스 관계자는 “공시상에서 2015년 대비 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은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한 것이 컸다”며 4세 경영과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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