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드 신용결제시장 교집합 뚜렷… ‘비교열위’ 카드사 고민 커져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간편결제를 내세운 신용카드사 ‘앱카드’와 삼성전자 ‘삼성페이’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앱카드와 삼성페이는 온·오프라인 신용결제라는 측면에서 교집합이 있어 잠재적 경쟁구도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은 앱카드에 비해 오프라인 결제 방식이 간편한 삼성페이 손을 들어주고 있다. 카드사도 이를 의식하고 경쟁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려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자 현황에서 삼성페이가 493만명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사업 초반인 지난해 5월 181만명이던 삼성페이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413만명으로 230만명가량 늘었고, 올 5월 말에는 493만명으로 한해 사이 172%나 상승했다.

반면 지난 5월 기준 신한카드 ‘신한FAN카드’ 앱카드 사용자는 252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5% 늘어나는데 그쳤고, 현대카드 앱카드 사용자는 130만명으로 같은 기간 2% 감소했다. 하나카드 ‘1Q페이’ 앱카드 사용자 수는 77% 늘어난 106만명을 기록했지만 아직 결제앱시장에서 주류는 아닌 상황이다.

▲ 사진=와이즈앱

◆삼성페이 열풍에 카드업계 ‘닭 쫓던 개’

카드사들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카드사들이 앱카드를 출시하면서 모바일카드 정착을 위해 기술개발을 이어왔는데, 삼성페이 돌풍으로 모바일카드시장을 속수무책으로 뺏기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롯데카드가 삼성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을 두고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앱카드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삼성페이와 제휴한 것”이라며 “앱카드와 삼성페이의 목표 시장이 비슷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제휴 관계가 오래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후발주자인 삼성페이가 앱카드에 비해 확산되는 이유는 오프라인 결제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을 채택한 삼성페이에 비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채택한 앱카드가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삼성페이가 채택한 MST는 신용카드의 검은 마크네틱 부분이 휴대폰 전파로 송출되는 방식이다. 휴대폰 생체인식만 거치면 기존 카드결제 포스(POS)단말기에서도 결제가 바로 가능하다.

반면 앱카드가 채택한 근거리무선통신(NFC)은 NFC모듈이 적용된 포스단말기가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데, 문제는 국내 카드 가맹점에 해당 단말기 보급률이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에 달하는 NFC모듈이 없는 단말기에선 휴대폰 앱에 직접 들어가서 암호 입력이나 생체인식을 한 후 바코드나 QR코드 입력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결제가 가능하다. 절차가 워낙 복잡해 삼성페이 사용자는 굳이 앱카드를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20조원에 육박하는 모바일카드 결제시장을 삼성페이에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달 출시된 ‘LG페이’와 향후 진출이 유력한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까지 활성화되면 앱카드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앱카드를 확대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바일결제시장 자구책 마련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실물카드를 통한 전통적 결제 방식의 익숙함을 믿을 수밖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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