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상시점 '갑론을박'…가계부채 상환 부담 vs 외국자본 이탈 우려

▲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한미 양국 간 금리가 같아지자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 역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이 유출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새벽(한국시간) 미 연준은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3월 금리 인상 이후 3개월만으로 0.75~1.00%를 유지하던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국내 기준금리와 동일해졌다.

연준은 또한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연내 금리 역전현상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시중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상환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부채가 악화돼 실물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금리가 높은 달러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그간 호조세를 지속해오던 증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그간 2차례 발생했다. IFM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6월부터 약 1년 9개월간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 금리를 하회했다. 하지만 당시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시장에 투자폭을 넓혔다. 한국 실물경제가 평균성장률 11%대에 평균 수출증가율도 20%선으로 경제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반면 2005년부터 약 2년간 발생한 기준금리 역전 때는 외국인들이 돈을 거둬갔다.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총 19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금리 역전 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지속되고 있고 코스피지수 또한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지만 금리가 역전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진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은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경우 한미 간 경기격차 확대와 국내 가계부채 부담 심화 등으로 외국인 투자 위축 등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금리 차 확대 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금융시장과 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정도의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및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으로 대규모 자본유출을 유발할 정도의 일방적인 원화절하 기대가 형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다음날 “당장 긴축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며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미국이 이미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잡아놓은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분기 국내 GDP 성장률이 개선된 상황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드러나야만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경 효과 등이 반영된 뒤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인상될 확률이 높지만 성장률과 물가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 올해 11월도 가능하다”며 “내년 3월 말 퇴임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임기 중 첫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하반기에나 인상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자리 지표가 회복됐다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또 경제 성장세가 2분기 이후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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