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 투자자, 인수 4년만에 지분 100% 매각 추진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동부대우전자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하기로 해 동부하이텍과 동부화재로 재도약을 노리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부대우전자 FI인 유진자산운용, KTBPE, SBI인베스트 등은 보유한 지분 45.8%와 동부그룹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54.2%에 대한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지분 100%를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은 동부대우전자 실사를 진행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잠재적 인수후보군과 접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그룹은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당시 약 1400억원을 들여 지분 51%를 사들였고, 나머지 49%(약 1390억원)는 FI가 투자했다. 당시 FI들은 2018년까지 기업공개, 2015년까지 순자산규모 1800억원을 유지하지 못하면 100%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하겠다는 조건을 걸었고 동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드래그얼롱은 FI 등 투자자가 대주주 지분 전부나 일부를 자신의 지분과 함께 제3자에서 팔 수 있는 권한이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대우전자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김 회장은 지난해 동부대우전자 유상증자에 사재 약 60억원을 들여 참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동부대우전자 지분 9.2%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부대우전자 인수 후 가전 업체 주요 타깃인 북미시장 등을 공략하며 실적 끌어올리기에 매달려왔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 북미와 중남미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제품 마케팅에 힘썼다. 중국시장에서도 상하이 현지 구매사무소(IPO)를 통해 200여개의 협력업체를 운영했다. 중국과 한국, 멕시코, 말레이시아 공장 등에는 연간 1500억 규모의 부품 및 원자재를 공급했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순자산가치는 1800억원을 밑돌았다. 실적 역시 반짝 개선되는 데 그쳤다. 동부대우전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3년 19억원에서 2014년 140억, 2015년 109억원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0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5000억~1조7000억원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동부대우전자는 새 FI를 유치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FI를 만나 매각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투자유치협약을 맺은 사모펀드 운용사 자베즈 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중국 가전업체 오크마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FI는 경영권 매각을 일정대로 추진하되 동부그룹이 새 FI 유치에 성공하면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동부대우전자가 4년 만에 재매각 기로에 서면서 화재와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위기에 벗어나는 듯 했던 김준기 회장이 다시 미소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동부그룹은 2015년 제조업 구조조정 난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갈등으로 존폐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동부하이텍과 동부대우전자를 제외한 제조 계열사들을 품에서 떠나보냈고, 현재 동부그룹은 동부화재를 주축으로 하는 금융계열사가 주력이 됐다.

동부하이텍은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 7731억원, 영업이익 172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매출 17조781억원, 영업이익 733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 29.5% 늘었다. 실적개선에 힘입은 동부화재는 사상최대인 1000억여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그룹 내 제조업체 대부분 매각한 김 회장은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켜야만 동부하이텍과 함께 제조업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새 투자자를 유치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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