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간판에 ‘우리금융그룹’ 유지…내년 상반기 중 전환 추진

▲ 우리은행은 영업점 간판에 '우리금융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삼청동영업점.

[파이낸셜투데이 = 김성욱 기자] 우리은행은 국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지주 형태를 갖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회사를 만들었지만 지난 2014년 11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우리금융지주회사를 합병했다.

현재 지주회사 형태를 갖고 있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KEB하나금융지주 등은 ‘금융그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은행도 ‘우리금융그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금융지주=금융그룹’이라는 인식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를 줄 수도 있다.

올해 초 우리은행이 은행 및 자회사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서도 ‘우리금융그룹 행(사)원 모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금융지주가 해체된 현재도 우리은행 모든 지점 간판에는 ‘우리금융그룹’이라는 표현이 함께 들어있다.

소비자들이 오해를 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긴 하지만, 우리은행이 ‘우리금융그룹’이라고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룹은 꼭 지주회사체제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국어사전에 ‘그룹’은 ‘계열을 이루는 기업체의 무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해외 현지법인까지 포함해 총 16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자회사는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 7개다. 증권과 보험사 등을 매각했음에도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우리금융그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이라는 명칭은 상법상 공식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상에 문제가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집단 또는 대기업집단이라는 말을 쓰지만, 일반인들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를 일반적으로 그룹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 차이가 있다면 삼성이나 현대차 등은 개인 오너가 있다는 것에 반해 우리은행은 개인 오너가 없다는 점과 일반인들이 금융그룹을 지주회사로 오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과점주주 방식으로 민영화에 성공한 후 다시 지주회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3월 연임이 확정된 후 지주회사체체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있다.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증권·보험사 인수 시 과점주주와의 이해상충,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매각 등이다.

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자회사 체제보다 투자에 여유가 있고, 자기자본비율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주회사를 없앴지만, 다시 지주회사 체제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다시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시도하고 있는 우리은행, 마음은 이미 지주회사로 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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