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8월 도입…이달 말 DSR 공청회에서 세부 내용 정해질 듯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 후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연내 새로운 여신심사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에서는 그 비율이 어떻게 정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4월 KB국민은행이 ‘DSR 300%룰’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낮아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비율을 너무 낮추면 신용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DSR 조기 도입 준비를 당부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도입 시기와 비율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4분기까지 기존 DTI(총부채상환비율)에 미래상환능력을 가미한 신DTI와 DSR 표준모형 마련하고 2019년까지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각 부처에 8월까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하자 당국이 조기에 DSR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LTV(담보인증비율)와 DTI는 유효기간 1년인 행정지도 형태로 단행되며 다음달 말이 일몰기한이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이르면 오는 8월 발표될 정부 가계부채대책에 DSR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DSR은 기존 여신심사기준인 DTI에 비해 훨씬 강력한 규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현행 DTI 60%에선 연 이자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 가능하다. 올해 4월 예금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3.42%임을 감안한다면 이론상 최대 8억77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DSR은 이자뿐만 아니라 상환해야 할 원금까지 고려한다. 국민은행 ‘DSR300%룰’의 경우 연 소득 5000만원 대출자는 연간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 여기에 DTI에서는 적용하지 않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자동차할부 등 신용대출도 DSR에 포함돼 연간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4월 DSR 300%룰 도입 이후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와 고령자, 신용대출 과다자 등의 대출이 일부 걸러졌다”며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신용부채가 DSR에 포함된 영향”이라 말했다.

DSR 적정 비율을 놓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300%가 실효성이 떨어져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무분별한 대출 조이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DSR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쪽은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분보다 높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총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8.9%에 달한다. 또 국내결제은행(IBS)에 따른 지난해 국내 가계부채 상승 폭은 4.7%로 노르웨이(6.3%)와 중국(5.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시장의 효과적 규제를 위해 DSR 80%보다 낮은 비율이 적정하다”며 “현행 DTI 60%의 대출여력과 DSR 80%의 대출여력이 비슷한 수준이라 효과적 시장 규제를 위해선 현행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쪽은 대출길을 조일 경우 부동산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DSR이 낮아질 경우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힘들어져 제2금융권이나 캐피탈, 대부업 등을 통해 고금리에 대출을 받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경기가 불안정한 현시기에는 가계부채 경감정책에 대한 선제조치로 경기 안정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급진적인 규제를 실행하기보다는 추후 경기가 안정화되면 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달 중 시중은행과 함께 DSR 공청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향후 DSR 비율과 함께 신DTI 등 여신심사 기준을 어떤 식으로 도입할지를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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