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통제기관 부재, 가치 부족, 탈세·자금세탁·범죄 등 문제 산적

가상화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거래수단 일종인 가상화폐는 높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사이 그 가치가 널뛰기하듯 요동치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로서 가치는 있는지 등 가상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최근 가상화폐는 불확실성의 과도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는 처음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지고 이용돼 왔지만, 이제는 최첨단 기술을 갖춘 미래 기축통화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가상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상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 것처럼, 가상화폐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미래 화폐로 인지되는 과정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가상화폐가 가진 한계와 불확실성을 명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금본위제에서 신용본위제로 넘어가기까지 많은 혼란을 거친 것처럼 말이다.

▲ 사진=픽사베이

◆통제기관 부재, 가상화폐 잠재적 뇌관되나?

가상화폐를 둘러싼 부정적 평가 중 상당수는 발권 주체가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존 실물화폐가 중앙은행이라는 강력한 통제기관에 의해 수요공급이 조절되는 반면, 상당수 가상화폐는 총량만 정해져있을 뿐 이를 조절하는 주체가 전무하다.

비트코인 제작자 나카모토 사토시는 실물화폐의 불태환성(금과 연동되지 않는 성질)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과 전자상거래시 신용기관 의존에 따른 시간과 비용 소모를 막기 위해 분산형 발권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재화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중앙은행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가상화폐가 특정 집단에만 편중되거나 보안 사각지대를 노린 해킹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통제할 집단이 부재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 릭스은행 본사. 사진=릭스은행 홈페이지

몇몇 국가들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만들기 시작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은행은 지난 3월 자국 통화인 크로나(Krona)의 디지털판 e크로나(e-Krona) 도입을 위한 3단계 추진과정을 발표했다.

캐나다 왕립은행도 캐나다 결제협회와 함께 지난 3월 불태환 가상화폐를 실험해왔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몇몇 블록체인 창업자들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은행 또한 내년 가상화폐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가상화폐는 민간이 만든 가상화폐와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2009년 이후 자국 내 현금 사용이 40%나 급감한 상황에서 기존 화폐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e크로나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불태환화폐처럼 정부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수급과 통제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향후 발권 주체가 완전히 분산된 민간 가상화폐와 정부가 수급을 통제하는 국영 가상화폐 간에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화폐 가치 부족… “가상화폐 돈 아니야”

가상화폐가 가진 또다른 걸림돌은 당장 화폐 가치가 부족하단 점이다. 가상화폐가 말 그대로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선 많은 실거래에 기반을 둬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비트코인 관련 통계자료만 따졌을 때 가상화폐는 화폐이기보단 투기성 상품에 가깝다.

비트코인 통계 사이트 비트노드에 따르면 7일 현재 일일 평균 비트코인 노드(node)는 7333이다. 노드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활동하는 개별 참여자를 의미하며, 하루 7333노드라는 뜻은 비트코인을 이용한 실거래량이 하루 7333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 워렌 버핏. 사진=뉴시스

당장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부족하다. 비트코인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나타내는 코인맵에 따르면 7일 현재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곳은 9166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북미와 유럽 등 몇몇 지역에만 편중돼있는 실정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이 가상화폐 투자를 꺼린 이유 또한 당장 화폐기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상품처럼 사고 파는데다 그 가치가 달러화로 환산돼서 매매가 이뤄진다”며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라고 단정지었다.

◆익명성 기반 범죄 수단 악용… 세금 문제 해결도 시급

가상화폐가 익명성에 기반을 둔 탓에 범죄나 자금세탁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초 벌어진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랜섬웨어에 감염된 컴퓨터엔 파일 복호화 대가로 3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 파문이 일었다.

또한 지난달 22일에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돈을 훔친 뒤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돈세탁’을 하려다가 기업은행 이상거래추적시스템(FDS)에 걸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 본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랜섬웨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위험도를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금 문제 또한 가상화폐를 둘러싼 주요 논쟁거리다.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은 터라 가상화폐 매매나 증여, 상속 등에 따른 세금 징수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는 재산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가상화폐를 매매할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유럽 주요국 등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곳들은 매매에 드는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오는 7월부터 부가세를 면제할 계획이다.

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럽과 유사하게 지급수단 역할이 주목적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통화나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이에 맞춰 접근 방안을 정리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 과세 부담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가상화폐 사업으로 얻은 사업소득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며, 가상화폐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증여세 등에 대한 논의도 추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강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추후에 과세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입법정책적인 목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에는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예시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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