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기녕] 실업률이 줄어들면 임금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최근 일본과 미국, 영국 등에서 실업률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올라가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과 미국, 영국 등의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선진국 경제의 엄청난 미스터리(the great mysteries of the developed world)’가 발생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의 4월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2.8%로 지난 1993년 8월 이래 23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 노동자들의 4월 평균 임금은 27만5321엔(약281만8000원)으로 집계돼며 작년 동기 대비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미국 역시 실업률이 16년 이래 최저 수준인 4.3%까지 떨어졌지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 상승률 정도의 소폭 상승에 그쳤다.

영국의 지난 1분기 실업률은 지난 40년 이래 최저 수준인 4.6%까지 떨어졌지만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되레 소폭 하락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여년 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부양 방안으로 가계 소득 증진을 통한 소비 진작을 유도 중이다. 하지만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경제 정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태이다.

WSJ은 일본의 낮은 실업률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일본인들 특유의 조심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저성장 시대를 살아온 일본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를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이제까지 고임금을 받아온 정규직 노동자들은 60~65세 정년을 맞으면서 물러나고 있고, 그 자리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우면서 일본 노동시장의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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