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獨·日, 비트코인 법정화폐 인정…美, 오프라인 이용도 활발

가상화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거래수단 일종인 가상화폐는 높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사이 그 가치가 널뛰기하듯 요동치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로서 가치는 있는지 등 가상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오늘날 가상화폐는 화폐로써의 가치보단 주로 투기 상품으로 주목받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래 수단으로만 놓고 봤을 때 가상화폐는 세계 공통 화폐라는 보편성과 함께 보안과 편의를 동시에 갖춰 뛰어난 차기 대안화폐 후보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선 실제로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 등을 이용한 상품 결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상화폐 선발주자들의 사례를 통해 향후 국내에서 가상화폐가 어떤 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비트코인ATM 자판기.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성지, 독일 베를린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화폐로 도입한 국가다. 2013년 8월 독일 재무부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에 따라 거래하는 금융 수단으로 정하면서 독일 내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인구 중 15%가 외국인인 수도 베를린은 비트코인 사용자들에게 ‘비트코인 성지’로 불린다. 베를린에 비트코인이 빠르게 확산된 데는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베를린 시민들의 개방성이 한몫했다. 베를린 내 외국인들도 은행에 비해 해외 송금 수수료가 낮은 비트코인을 선호한다.

베를린 내 ‘룸77’이란 주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오프라인 비트코인 거래처다. 평범한 주점이었지만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룸77은 가상화폐 사용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독일 베를린 룸77 광고판 하단에 비트코인 마크가 뚜렷히 보인다. 사진=룸77 페이스북

이밖에 ‘비트코인 익스체인지’ 등 소매점과 숙박업소, 음식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된 편이다. 주택 단기임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나인플랫은 독일 가상화폐 합법화 이전인 2013년 3월부터 가상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밖에 음식배달 서비스 라이퍼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레딧 등의 기업도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허용했다.

또한 독일 잡자사 t3n은 직원에게 월급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t3n직원들은 2015년부터 각자 월급에서 약 20유로를 비트코인으로 지급받고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처, 미국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관련 제도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캘리포니아 주 은행금융국이 처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지불을 합법화한 이래 지난 5월 버몬트 주도 송금법안을 개정해 실체적 가상화폐를 인정했다.

2016년 연방법원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는 등 가상화폐를 합법적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5년 초 미국 벤처기업 코인베이스(Coinbase)가 미국 뉴욕, 캘리포니아 등 24개 주로부터 비트코인거래소 개설을 허가받은 이래 현재까지 21곳의 비트코인 거래소가 생겨났다.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의 19.51%를 차지하는 폴로닉스거래소 또한 미국에 있다.

미국 대형 보험회사 USAA는 비트코인 서비스를 통합해 회원들이 모바일 앱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자산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트코인 급여지급 스타트업 ‘Bitwage’는 고객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자사 계좌에 연결해 비트코인 결제와 송금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프라인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뉴욕주 맨해튼 중심지에 있는 비트코인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비트코인 사용자가 모여 즉석에서 현금을 주고받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한다.

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하이츠 로드(Heights Road)는 상점주들이 연합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피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판매 시점에 비트코인을 미국 통화로 즉시 바꿔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오프라인 가게가 가장 많은 도시들 또한 미국에 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미국 산호세주 샌프란시스코에 192곳, 뉴욕주 뉴욕시에 161곳으로 세계 각국 도시들 가운데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캘리포니아주 LA가 117곳, 미주리주 캔자스시티가 80곳으로 각각 4위와 6위에 올라있다.

◆일본, 가상화폐로 신용거래 활성화 기로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 결제를 선호해 신용거래 발전이 서구권은 물론 한국 등 신흥국과 비교해도 뒤쳐졌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유통 잔액 비율은 19.4%로 미국(7.9%)과 한국(5.5%), 스웨덴(1.7%) 등보다 크게 높다. 은행마다 인감을 지참해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흔하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매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현금없는 사회’를 강하게 추진함에 따라 일본 내 가상화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참의원에서 비트코인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고, 오는 7월부터는 가상화폐 구입 시 내던 부가가치세도 면제하기로 했다.

▲ 애플 아이패드에 에어레지 앱이 시현되고 있다. 사진캡쳐=에어레지 홈페이지

일본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체크(CoinCheck)는 이번 여름까지 포스(POS·거래단말기) 앱 ‘에어레지’를 사용하고 있는 상점들에 비트코인 결제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현재 4500곳 수준인 일본 내 비트코인 결제 점포는 26만곳까지 늘어 전 세계에서 가장 거래처가 많은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IT업체 GMO인터넷그룹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가상화폐 취급을 늘릴 방침이다. 또 카부닷컴 증권과 같은 온라인 증권사와 외환거래 기업 머니파트너스그룹도 가상화폐 거래시장 진출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리소나은행, 요코하마 은행 등 56개 은행들 또한 가상화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송금시스템 연합체를 결성해 가상화폐를 통한 송금 실험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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