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손대는 文정부, 한전 수장도 손댈까?

▲ 1월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빛가람) 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31층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공공기관장 임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국전력 수장인 조환익 사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전이 사실상 국내 전기판매사업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및 공정률 10% 미만 원점 재검토 ▲원전 제로 등의 에너지 공약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한전 수장에 자신과 뜻 맞는 인사를 앉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한전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물론 조 사장이 취임 후 한전을 탄탄한 공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인 만큼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조 사장은 최근 새 정부 기대에 부합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10일 새 정부 출범 이후 20여일 동안 ▲고용확대 ▲미세먼지 줄이기 ▲동반성장 모델 마련 ▲에너지 부가가치 창출 ▲디지털 KEPCO 추진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전은 지난 4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사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디지털 KEPCO(한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전은 지난 2일 데이터 과학분야 전문가이자 벤처기업가인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을 추진위원장으로 위촉하고 빅데이터연구원과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4차 산업혁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 지원에 시동을 걸고 있다.

▲ 5월 25일 나주혁신도시에서 열린 'GE 빛가람 사무소 개소식 행사'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지난달 25일에는 글로벌기업 GE와 손잡고 에너지밸리에 대한 본격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날 한전은 본사와 나주혁신도시에서 각각 ‘GE-한전 에너지밸리 투자 추진단’ 발족 행사와 ‘GE 빛가람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한전은 빛가람 에너지밸리에 GE의 투자가 구체화됨에 따라 향후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에너지밸리로 관련 기업이 유입돼 고용이 확대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확대, 즉 일자리창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힌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전력그룹사와 함께 석탄화력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향후 5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2022년까지 석탄발전 오염물질을 지금의 50%수준인 연간 8만7000천t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는 2015년 배출양보다 50.1% 줄어드는 것으로 정부의 감축목표인 30%보다 강도 높은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전국 초‧중‧고에 미세먼지 측정장치를 도입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일시 중단하는 등 미세먼지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한전은 같은달 19일 전력기자재 중소기업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조 사장은 “협력사와의 소통채널 강화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모델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상생‧동반성장 또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화두다.

조 사장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 입증됐다. 조 사장이 2012년 12월 사장으로 임명된 뒤 한전은 2013년 흑자전환했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다. 한전은 2015년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 공공기관 기관장 평가에서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한전의 성장 배경에 전기요금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와 연료비용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0조원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2013년 1월 4%, 같은해 11월 5.4% 등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반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기도매가격은 2013년 6월 158.13원에서 2016년 6월 65.31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65.31원은 2009년 7월이 66.39원 이후 7년 만의 최저치였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은 변동이 없었고,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요금도 그대로여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조 사장은 1950년생으로 1973년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12년 12월 한전 사장에 선임된 뒤 올해 3월 두 번째 연임하며 임기가 2018년 3월까지 연장됐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조 사장은 5년3개월로 한전 최장수 사장 기록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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