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김진아 기자] 최근 재벌가의 딸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과 롯데, 신세계  등 재벌가의 여성들이 청담동 및 강남일대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재벌 2·3세 여성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패션이나 외식사업 등 여성CEO로서의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로 진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패션과 명품의 거리인 청담동이 재벌가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자와 금융으로 특화된 서초동과 태평로에 이어 패션이 특화된 청담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운영중인 청담동 토리버치 매장


삼성·롯데·신세계 등 재벌가 여성들 잇달아 부동산 매입
강남 일대 빌딩·부지 매입, 시세차익·경영 실적 일석이조


최근 삼성,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 집안의 딸들이 청담동 소재나 인근 건물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 등이 패션·외식 사업을 벌이며 청담동 토지 및 건물 매입 소식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이 부사장과 정 부사장이 패션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는 점과 맞물려 청담동 부지 매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장선윤 블리스 사장의 명의로 매입한 신사동 부지에 들어선 폴스미스 매장


패션사업 진출한 재벌가 딸들

신세계는 이미 1996년 수입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는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청담동 일대에 지속적인 투자를 거듭해왔다. 신세계의 수입 패션브랜드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정유경 부사장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로 잘 알려져 있는 정 부사장은 명품 편집매장 시장을 주도하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유명 브랜드·제품들을 선별해 선보여 왔다.

그 결과 현재 엠프리오 아르마니, 필립림, 크롬하츠, 분더샵 남성관, 분더샵 여성관,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코치 등 10여채의 대형 단독 건물을 청담동에 보유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자체 수입 편집매장인 ‘분더샵’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를 위한 신규점도 물색 중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난해에는 청담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주차장 용지와 신세계 보유 코치 건물 뒤편에 위치한 요산빌딩(청담동 78-9)도 사들였다. 요산빌딩의 매입가는 375억원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명품 편집매장은 상품군을 구성하고 매장을 꾸미는데 필요한 안목을 갖췄다는 평을 들으며 청담동 일대를 ‘신세계 거리’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신세계의 수입패션사업의 독주를 가로막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제일모직의 이서현 부사장이 신세계와 앞다퉈 청담동 일대의 최고가 건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 제일모직이 기존에 도입했던 수입브랜드는 일본의 ‘이세이미야케’와 미국의 ‘띠어리’ 정도였으나 2008년 ‘10 꼬르소꼬모’를 시작으로 6개의 수입브랜드를 연이어 도입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이 250억원을 들여 매입한 빌딩에는 딸 이서현 부사장이 ‘토리버치’ 대형 단독 매장을 선보였다. 이 매장은 뉴욕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중 몇몇 브랜드는 신세계의 수입브랜드들이 밀집되어 있는 청담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청담동의 터줏대감이었던 신세계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이 부사장도 별도의 사업팀을 꾸려 디자인에서부터 제조·생산·유통·판매까지 전부 도맡아 하는 ‘패스트패션’ 을 론칭할 계획을 세우는 등 패션 시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임세령 대상HS 대표가 매입한 청담동 오피스텔 '상지리치빌 카일룸'


재벌가 여성들 줄줄이 부동산 매입

이런 가운데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도 패스트패션 론칭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기 브랜드 ‘유니클로’와 ‘자라’를 들여온 롯데가 이번에는 국내 의류업체와 손잡고 패스트패션 매장을 롯데백화점 내에 입점 시킬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러나 신 사장은 패션사업 보다는 명품과 뷰티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매입한 청담동 부지도 뷰티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 651-1번지 건물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명의로 매입했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신 사장이 지난해 가을 설립한 화장품 도·소매 업체로, 매입가는 17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약 330㎡(100평) 규모로 과거에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입주해 있었다.

또 지난 2009년에는 도산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을 장남 장재영, 차녀 장선윤 앞으로 매입해 올해 명품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 매장을 오픈했다. 업계에서는 장선윤 블리스 사장이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도산공원 일대를 거점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식 사업 등을 하고 있는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 대상HS(구 와이즈앤피) 공동대표도 강남 일대의 부동산을 잇달아 구입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11월15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오피스텔을 57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리츠빌 카일룸 3차의 275㎡짜리 오피스텔로, 3.3㎡당 기준시가는 4백28만6천원으로 전국 오피스텔 가운데 3번째로 고가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매입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임대용 빌딩으로 약 26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면적은 459m²(1백39평), 연면적 1538.06m²(466평)으로 건물 시가가 3.3m²당 1억8천만~2억원이다.

빌딩이 위치한 지역은 청담동 상권의 중심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과 청담사거리 사이에 위치해 있어 강남의 노른자 땅이라고 불린다. 9월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임 대표는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후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금싸라기 땅에 20년이 다 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고 알려지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벌가 딸들이 잇달아 부동산 매입에 나서자 청담동 일대 지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말 평균 3.3㎡당 1억원 정도였던 땅값이 2010년 말에는 1억5000만~1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결국 여성 재벌 후계자들은 청담동 부동산으로 경영 실적 달성과 땅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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