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보안과 비용 두마리 토끼 잡아… "제2의 산업혁명에 비견할만 해"

가상화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거래수단 일종인 가상화폐는 높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사이 그 가치가 널뛰기하듯 요동치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로서 가치는 있는지 등 가상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질서 자체를 바꾸는 제2의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하다.”

마샬 맥루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 기술을 2차 산업혁명과 동일한 위치에 놨다. 그는 “블록체인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보다 인류에게 더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세계적 경제포럼인 다보스 포럼과 IT시장 조사기관 가트너 등 여러 전문기관이 미래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꼽고 있다.

블록체인은 흔히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 변화를 주도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도 블록체인은 금융권과 IT업계 등 다방면에 적용되며 팔방미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블록체인, 보안문제 단번에 뛰어넘어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함께 출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만든 비트코인의 암호화 핵심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동일한 ‘블록’을 가지며, 개별 블록들은 개인 대 개인(P2P) 네트워크를 통해 쇠사슬 얽힌 듯 연결돼있다. 개별 블록에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10분에 한번씩 갱신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 거래장부(Distributed Ledgers)’라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분산 거래장부 방식을 채택해 생기는 이점은 명확하다. 중복사용(Double-Spending)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블록들이 암호화 함수로 쇠사슬 얽힌 듯 연결된 덕분에 하나의 블록만 빼서 위조하기는 불가능하며, 전체 블록 내 장부를 모두 위조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복제해 두 사람에게 보내려 시도하더라도 블록 하나에서 장부 두개가 나왔기 때문에 하나는 가짜임이 명확해진다. 여기서 해당 장부 두 개를 놓고 봤을 때 다른 블록에 있는 과반의 장부와 일치하는 것이 진짜 장부고, 다른 하나는 가짜가 된다.

비잔틴 장군의 문제(The Bizantine Generals Problem)로 비견되는 이 해결방식은 일종의 합의(Consensus) 도출 형태이자 정직한 다수가 승리하는 자연법칙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에도 구조적 허점은 존재한다. 어느 한 집단이 전체 비트코인 수량의 51% 이상을 갖게 될 경우 부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 이른바 ‘51% 공격’이다.

2014년 6월 비트코인 생산 집단 중 하나인 ‘GHash.IO’가 비트코인을 51% 넘게 보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GHash.IO 측에선 비트코임 시스템을 해치는 것이 자기 이해관계에 반하는 일이라 여겨 조작 시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토시 나카모토 또한 “전체 시스템을 약화시킴으로써 비트코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다른 모든 생산자들이 만들 수 있는 비트코인 양보다 더 많은 코인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허점을 통한 공격 가능성이 희박함을 설명했다.

◆팔방미인 블록체인, 다방면에 뛰어들다

가상화폐에서 태어난 블록체인이지만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금융권 내에선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 R3 CEV에 가입한 지난해부터 해외 송금 서비스와 비대면 본인 인증,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은행 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까지 전세계 은행의 80%가 어떤 방식으로든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금융기관이 보안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에서도 블록체인 활용 방안을 찾는데 나섰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는 각각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시스템에 활용할 경우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보안 등과 관련된 금융비용 절감효과가 연간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T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 CNS와 삼성SDS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위·변조 걱정없는 플랫폼 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SK C&C는 최근 블록체인 물류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IoT분야 최고전문가로 인정받는 폴 브로디 언스트앤영 기술분야 전략대표는 블록체인이 자동차와 의료, 디지털 저작권, 신용 시장, 지불 체계, 세금 납부, IoT 등 다방면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블록체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내 16개 주요 은행과 20개 주요 증권사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곳에선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과제 중 금융권에 공통 수요가 많은 문제들을 위주로 해결하는 등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협의체를 통해 금융권의 다양한 기술 개발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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