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사용처 증가 속도가 향후 투자가치 결정

가상화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거래수단 일종인 가상화폐는 높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물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사이 그 가치가 널뛰기하듯 요동치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로서 가치는 있는지 등 가상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최근 비트코인(Bitcoin)과 이더리움(Ethereum) 등 가상화폐 가격 급등세를 단순 투자 열기로만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2009년 비트코인 등장 이후 지금처럼 가격이 단시간 내 2~3배 가까이 오르내린 일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 상황을 두고 투자와 투기 성향이 공존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실제로 투자가치가 있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가상화폐 투자가치 전문가도 ‘갑론을박’

가상화폐를 투자로 보는 데는 향후 가상화폐가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반영됐다. 당장 거래가치는 부족하지만 기존 화폐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만한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와 실물화폐의 결정적 차이점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P2P)으로 거래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거시경제 움직임 등 외부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비제이 미차리크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다른 국가 통화나 거시경제 지표에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를 합법적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가가 점차 많아질 것 또한 투자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현재까지 독일과 일본만 비트코인을 합법화했지만, 스웨덴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도 가상화폐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이 가진 독립성과 투명성, 분산성 때문에 향후에는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상화폐가 원화나 달러화 같은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 또한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불안정성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지난 2013년 12월 1100달러(한화 약 120만원)선까지 올랐다가 같은 해 2015년 1월 180달러(약 21만원)로 주저앉은 바 있다. 가격변동성이 심한 탓에 당장 실거래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화폐 가치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이 부재하다”며 “비트코인 발행량이 점차 감소하므로 그 가치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격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가치 평가 척도 또한 전무한 상황이라 투기세력에 의해 가격이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상화폐는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미래가치와 각국에서 발생하는 관련 뉴스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가격 형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가치 산정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가상화폐 투기 원인”이라 말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가치가 고정돼 있는 상품권과 달리 디지털통화 가격은 오로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가치가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가치 평가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비트코인 가치 전망도 그 차이가 크다.

홍콩 비트코인거래소 게이트코인(Gatecoin) 오를레앙 메농 최고경영자는 올해 내 비트코인 가치가 6000달러(약 670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반면, 미국 포렉스 애널리스틱 한 연구원은 1470~1780달러(약 165만~200만원)까지 하락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거래수단 많아지면 투자가치도 높아질 것

아직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대다수 가상화폐는 실제 거래수단 가치가 없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다.

비트코인 사용처를 지도상에 표시해주는 코인맵(Coinmap) 홈페이지를 보면 1일 현재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장소는 9126곳뿐이다. 가상화폐가 거래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실제 거래처가 많아야 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가상화폐가 안정적 투자처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지금보다 거래처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향후 닥칠 ‘현금없는 사회’와 함께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많아지면 관련 수요 또한 늘어나게 될 수 있다.

일본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초 일본 참의원에서 비트코인이 합법적 거래수단으로 인정받은 뒤 자국 내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했다.

가상화폐 모니터링 사이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비트코인 전체 거래액 중 일본 엔화 비중은 미국(39.9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5.5%를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합법화 발표 직후 일본 저가항공사 피치(Peach)는 연말까지 비트코인으로 항공권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거래소 비트포인트(BITPoint)도 일본 대형 편의점 체인과 제휴해 내년 초까지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일본에서 그동안 주로 투자대상으로만 인식되던 비트코인이 정부 관련제도 정비에 힘입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며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당국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데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법정 가상화폐 발행을 위한 실험단계에 잇따라 돌입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자국 통화인 크로나(Krona)의 디지털판 e-Krona 도입을 위한 3단계 추진과정을 발표했다. 홍콩금융관리국 또한 지난 4월 홍콩달러 지폐를 발행하는 3개 금융기관과 함께 가상화폐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캐나다달러의 가상화폐 캐드코인(CAD Coin)을 은행 간 거래에 이용하는 검증작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국가와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가상화폐 투자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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