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판결·MB법안 처리에 들끓는 여론

금산분리법안 삼성은행 진출 ‘맞춤형’ 논란 고조되고
미디어법안 처리에 언론노조·MBC 역공 삼성에 악재
‘이건희 재판’ 맞물려 ‘삼성공화국’ 논란 불거질 수도

삼성이 긴장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여론 향배를 주시하며 바짝 엎드리고 있다. 이른바 ‘MB법안’ 가운데 금산분리법안과 미디어 관련법안이 삼성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자칫 ‘삼성 특혜’라는 비판이 일 경우 눈치를 살펴야 할 입장이다.

삼성의 고민을 압축한다면 이 전 회장의 판결을 전후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뭉쳐서 삼성을 밀어주고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의처리’라는 휴전으로 국회 대치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정부여당이 2월에 관련 법안을 다시 밀어붙일 수 있는데다 비슷한 시기에 사법부가 이 전 회장에게 최종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다면 권력이 거대재벌 삼성에 머리를 숙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는 지난 ‘난투극 국회’에서 쟁점이 됐던 주요 법안들이 삼성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금산분리 완화 법안은 그간 삼성의 지배구조 논란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삼성은 계열사의 지분을 청산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하지만 금산분리 완화가 현실화되면 그 부담을 털어낼 수 있게 된다. 이 전 회장 일가가 금융계열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금산규제 완화법안은 특히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삼성 맞춤형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소유를 현행 4%에서 10%까지 확대할 수 있어 지난해 국정감사장을 뜨거운 입씨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 연말에는 삼성이 법안 통과를 위해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여당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논란이 일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까지 확대하는 것은 미국 15%, 일본 20%를 허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무리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은 대체로 지분이 분산된 은행을 산업자본이 10%까지 보유하도록 해 사실상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금융 선진국들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 소유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지주법을 고치지 않는다면 삼성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20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여당의 법안 처리 입장을 거들고 이다. 따라서 규제법안을 풀어주고 투자에 나서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여기에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한 상태에서 이를 새롭게 바꾼다면 적잖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문사나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미디어 관련법안도 삼성에 여론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MBC를 중심으로 한 언론노동조합은 대기업과 주요 신문이 지상파를 장악해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면서 미디어법안의 처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MBC와 중앙일보가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관련 보도를 쏟아내 반향이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MBC는 과거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을 통해 삼성의 입장을 옹호했다는 비난을 받은 사카린 밀수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이는 ‘삼성에 특혜를 주는 미디어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계기로 작용해 삼성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최근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금산 관련이나 미디어 관련 쟁점법안들에 국민적 관심과 비판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2월 법안처리 과정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겹치게 된다면 비난이 삼성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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