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고위험' 오해, 상환가능 상품만 취급…자체 감사 등 투자자보호 집중”

▲ 사진=미드레이트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P2P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P2P금융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입니다. 혹시라도 해외 유수 P2P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올 경우 지금 같은 규제로는 국내 P2P업계 경쟁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미드레이트 대표)은 오는 29일 P2P업계에 도입될 금융위원회의 P2P 가이드라인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P2P가이드라인 주요 골자인 투자한도 제한과 자기자본 투자 규제는 P2P금융업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P2P금융회사 미드레이트 대표이기도 한 이 회장은 이원화됐던 P2P업체간 협의체를 하나로 합친 것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6월 한국P2P금융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1년간 협회를 이끌어온 그에게 P2P업계 현황과 P2P가이드라인 도입 영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국내 P2P업계 현황은?

▶ 2006년 P2P금융이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검증절차 자체가 없었고 대중 인지도도 부족했다. 단순 금융거래 플랫폼 기능밖에는 수행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에서도 P2P금융을 금융서비스로 인정하지 않아 잘 성장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체계 잡힌 P2P금융이 본격 도입된 것은 2015년 초다. 2년째 접어든 올해 들어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4월 말 기준 P2P협회 47개 회원사 누적 대출액은 8680억원인데, 지난달에만 1300억원이 늘었다. 원리금 지급 연체·부실률도 0%대로 미국(5.7~6.0%)이나 영국(1%대 후반)에 비해 낮다. 향후 연체·부실률 또한 1~2%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Q. P2P금융의 급성장 배경은?

▶ 차입자 관점에서 P2P금융은 기존 금융권의 중금리 절벽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제1금융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등은 그간 카드론이나 캐피탈, 사채 등 20%대 고금리를 감수해왔다. 반면 P2P금융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금리절벽을 보완하니 자연스레 대출 수요가 늘었다.

P2P금융은 투자자 관점에서도 좋은 투자처로 작용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낮고 전통적 투자방식인 주식이나 펀드를 통해 고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P2P금융은 높은 수준의 확정 금리를 보장하며 지급일까지 확실하다. 투자자들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Q. P2P금융이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P2P업체들이 부동산 후순위 담보 대출을 많이 하고 있는데, 보통 국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은 80~85%로 이 가운데 금융권에서 70%를, P2P업체에서 10~15%를 커버한다. 이정도 비율은 국내 부동산시장이 아주 내려앉지 않는 한 담보 범위 내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P2P업체들 또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환가능성이 높은 대출 상품만 판매하는 등 연체·부실률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P2P협회에서도 회원사들이 공시 데이터를 속일 수 없도록 수시로 회계감사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이 큰 구조가 아니다.

Q. 29일부터 P2P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까지의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규제로 개인투자자 투자한도 1000만원 규제가 생기는데, 전체 P2P업계 투자금 가운데 1000만원 이상 비중은 70%를 넘는다. 개인투자자 저변이 갑자기 확대되지 않는 한 기존 고객 투자금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자기자본 대출 금지 조항 또한 치명적이다.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빠른 대출을 위해 P2P업체가 자기자본 일부를 선대출 해주는 게 필수적인데, 당국 규제에 따라 이 부분이 불가능해진다. 자기자본 대출 규제 조항은 P2P업체가 투자자 리스크를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풀어줄 필요가 있다.

국내에 도입될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P2P금융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다. 당국 규제로 인해 국내 P2P업계가 크지 못하는 상황에서 혹여 해외시장이 열린다면 해외 유수 P2P업체와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 정부 규제가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하는 이유다.

Q. P2P가이드라인 도입에 앞서 협회는 어떻게 준비했나?

제3자 예치금 관리와 관련해선 회원사들이 은행과 협약을 맺어 금융기관에 예치금을 맡기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또 투자한도에 제한이 없는 기관·법인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양적 확대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투자자 투자한도 제한에 대해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일단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 향후 변화 추이를 확인해가며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Q. 중금리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 등과 어떻게 경쟁할 생각인가?

금융권 서비스가 간접금융인데 반해 P2P금융은 직접금융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하려는 것이 어떤 상품인지도 몰랐지만, P2P금융에서는 스스로 투자 상품을 분석하며 투자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유경제와 직접금융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며, 그 중심에 P2P금융이 있다. 현재까지 P2P업체들이 은행에서 개척하기 어려운 상품군을 공략해 성장한 만큼 꾸준히 다른 색깔의 상품을 개발한다면 장기적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또는 해외 사례처럼 은행과 협업을 하는 환경도 만들어 질 수 있다.

Q. 한국P2P금융협회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일을 하나?

▲ 캡쳐=한국P2P금융협회

국내에 P2P관련법이 없다보니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권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막는 차원에서 2개로 나눠져 있던 협의체를 지난해 6월 합쳐 22개 회원사로 구성된 P2P협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우선 중복대출 방지를 위해 업권 내에서 대출자 신용정보(CB·Credit Bureau)를 공유하고 있다. 또 회원사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공시 기준을 제작하고 주기적으로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투명한 자금관리를 위해 회원사별 운영계좌와 예치금 계좌를 분리해하는 내부 규약도 추진했다. 또한 P2P금융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회원사 회계감사도 실시한다. 일반적인 외부감사는 자금 흐름만 보는 반면 협회에선 투자자 돈이 정해진 투자처에 제대로 갔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업체들이 연체율이나 부실률을 속이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Q. P2P협회의 회원사가 적어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현재 P2P업계에는 143개의 회사가 존재하는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80곳 수준이다. 이 가운데 47개는 P2P협회 회원사며 협회 가입을 기다리는 곳이 30곳이다. 자금 흐름이 비정상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업체로 판명돼 회원 승인이 거부된 곳도 10곳이나 된다.

까다로운 내부 기준을 통해 회원사를 지정하고 있으며, 회원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협회 차원에서 감사도 하고 있다. 공신력을 얻기 위해 금융위에 사단법인화도 신청해 놓은 상태다.

Q. 협회 차원에서 투자자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회원사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협회가 관리·감독하는 게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 차입자가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지 않도록 업권 내에서 대출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P2P금융 투자자를 상대로 협회 내 투자 교육도 추진하는 중이다.

Q. 향후 P2P금융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당장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규제가 확정된 상황에서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 중인 P2P관련법은 업계가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P2P금융 생태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P2P금융이 핀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파생될 수 있다.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외채권 거래에도 나설 수 있다. 또 AI(인공지능)를 이용해 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추천하는 등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것들은 향후 정부 정책이 P2P금융에 우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강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도입된다면 과거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그랬던 것처럼 군소 핀테크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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