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의 만남…VR편중 체험 프로그램은 아쉬워

▲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올해로 10돌을 맞은 월드 아이티 쇼(World IT Show‧WIS)가 4차산업혁명의 물결과 만나 화려하게 돌아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물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한 데 어우러져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다만 가상현실(VR)에 편중된 참여 프로그램은 옥에 티로 남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열리는 제17회 WIS는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WIS에는 국내외 주요 정보통신기술(ICT)기업 500여곳이 1500여개 부스를 마련하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VR, 증강현실(AR) 등 4차산업 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과학기술과 ICT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국내 현주소와 미래상을 한 눈에 보여주고 관련 기술·산업의 동향도 신속히 공유할 수 있다.

삼성 vs LG, 패널 경쟁 '치열'

C홀에 나란히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과 TV 등 신제품 위주 전시와 함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체험을 유도하는데 열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8 시리즈와 함께 공개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 스마트폰을 데스크탑 PC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덱스, VR 경험을 제공하는 ‘기어 360’ 카메라 등으로 체험부스를 장식했다.

▲ WIS 2017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기어 VR 기반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건엄 기자

특히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50~60대 고객들이 빅스비가 각종 명령을 수행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아울러 LG의 OLED TV와 경쟁 중인 QLED TV에 대한 설명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퀀텀닷 입자에 메탈을 적용해 화질의 수준을 대폭 높인 QLED TV는 컬러 볼륨까지 100% 구현한 세계 유일의 제품이라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가장 큰 인기를 끈 곳은 ‘기어 VR’ 체험관이다. 관객들이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놀이기구처럼 기어 VR을 이용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LG전자는 제24회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시그니처 올레드 TV W를 집중 홍보했다. 65인치 TV 모델 기준으로 화면 두께가 4㎜ 미만이라 그림 한 장이 벽에 붙어 있는 듯 한 느낌을 줘 보는 이를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지난 3월 출시한 G6 스마트폰과 함께오는 6월 서비스 시작 예정인 'LG페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G6 사용자들은 LG 페이가 출시되면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 WIS 2017 LG전자 부스에 마련된 LG 페이 체험존. 사진=뉴시스

LG 페이에는 오프라인 결제 시 일반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그네틱 기술인 ‘WMC’가 탑재됐다. 모바일기기에서 마그네틱 신호를 발생시켜 이를 신용카드 단말기에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SK텔레콤 vs KT,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 발산

SK텔레콤과 KT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시켜 실제 생활환경에서 편리함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 KT는 AI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이용한 스마트홈을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 부스에서는 전문 배우가 나서 상황극으로 각 상황에 맞는 17가지 생활밀착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시연했다. 또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과 연계된 커넥티드카 플랫폼인 ‘T 리모트아이 V2X’도 소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차가 사고가 났을 때 급제동했을 때 경고 알람을 주고, 신호등 정지신호 잔여시간을 표시해주는 등 다양한 편의 사안이 담겨 있다”며 “이 기술은 이르면 올 하반기 상용화 예정”이라고 말했다.

▲ WIS 2017에 마련된 KT부스에서 5G 기술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건엄 기자

KT는 배터리 절감기술(CDRX)과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통신사로서 ‘스포츠 VR’ 서비스에 무게를 뒀다. 수천 개의 LTE 전구로 시각화한 조형물(미디어 파사드)은 장관이었다.

CDRX는 물리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고 데이터 통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전력을 수시로 줄여 전원을 아끼는 방식이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타사에 비해 배터리 시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참신한 아이디어 스타트업, VR이 대세

대기업 외에 흥미로운 제품을 전시하며 관객몰이를 하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도 상당한 눈길 끈다.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유니온커뮤니티는 스마트폰용 현미경과 앱을 접목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피부 상태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 소모 없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면 카메라 앱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앱이 분석해 피부 상태를 진단해준다.

실제로 피부를 촬영하니 앱이 피부 상태를 진단한 내용을 그래프로 보여줬고, 수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성환 유니온커뮤니티 과장은 “결과를 보고 피부에 필요한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며 “피부 트러블과 관련된 내용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하지엘씨는 정육면체 모양의 특이한 디자인의 멀티탭을 전시하고 있다. 공간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기존의 멀티탭에 비해 우수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특히 별도의 리모콘을 통해 멀티탭의 전기를 차단하는 기능도 있었다. 간편한 조작으로 집안 내부의 모든 대기전력을 줄일 수 있게되는 셈이다.

기업 홍보와 프로모션 VR 콘텐츠 전문 제작회사인 플레이브이알(PlayVR)도 다양한 VR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들이 선보인 ‘VR리빙룸’(VR living room)은 고성능 VR 기기인 HTC 바이브(VIVE)를 활용한 기업 홍보용 VR 콘텐츠다. 기업에서 활용하는 프리젠테이션 또는 홍보 영상 등을 그대로 VR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다.

▲ WIS 2017에 참여한 관람객이 동신대학교 부스에서 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건엄 기자

박재훈 플레이브이알 대표는 “향후 기업 홍보 콘텐츠는 VR 기술 적용을 통해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느끼고 체험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한 WIS였지만 관람객 참여 콘텐츠가 VR에 편중된 점은 다소 아쉬웠다. 4차산업혁명 안에는 AI와 IoT,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이번 WIS에서 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IT업계 관계자는 “관람객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데에는 VR이 가장 적합한건 사실”이라며 “실내라는 제한적인 공간 안에서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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