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 “韓 환경 기준 높아…경유값 인상시 휘발유차 수요 커질 것”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디젤(경유) 엔진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디젤엔진은 점차 축소시키고 LPG차량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젤 차량을 주력으로 하는 수입차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정도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감소 정책으로 인해 디젤(경유) 승용차 퇴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유차를 2030년까지 퇴출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단계적으로 디젤차량 연료인 경유가격을 인상하고 오는 2030년까지 경유차 운행을 아예 중단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큰 액화석유가스(LPG)차량 사용제한 규제는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도 LPG 차량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 공약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LPG차량은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및 영업용 택시만 허용되고 있다. 일반인은 경차와 7인승 RV 또는 5년이 지난 중고차만 살 수 있다.

정부가 디젤차량에 불리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유는 디젤차량을 미세먼지 발생 주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5년 제작자동차 실내 검사결과에 따르면 유로6 기준 디젤엔진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각각 0.0011㎏/m, 0.036㎏/m다.

반면 LPG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실내 주행시험에서 디젤차의 7분의 1,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93.3분의 1에 그쳤다. 세금도 ℓ당 221원으로 디젤(528원)의 절반 수준이라 ℓ당 가격은 800원 전후로 경유의 60~70%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반 디젤·친 LPG 정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디젤택시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2020년부터 런던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디젤차에 환경세(10파운드)를 부과한다. 2020년부터 파리 시내에는 아예 디젤차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호주·독일·이탈리아에선 LPG차량 구입시 보조금을 준다. 이런 이유로 2000년 이후 전세계 LPG차량 보급 대수는 매년 평균 10% 성장했으며 충전소 및 수송용 LPG사용량도 각각 7%, 5%씩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젤차를 주력을 판매하는 수입차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이후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규제까지 강화될 경우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지난달(누계기준) 판매된 디젤차량 수는 총 3만8320대로 전년동기(4만9753대) 대비 23.0% 줄었다. 그동안 수입차업계가 국산차에 비해 우수한 연비와 친환경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디젤차 보급에 열을 올렸던 만큼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판매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디젤 규제가 상용차 위주로 이뤄졌던 만큼 이번 규제가 이뤄질 경우 수입차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지금까지의 규제와 같다고 보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2007년 이후 매년 급증했던 승용 경유차들이 대체적으로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전체 자동차 판매 가운데 경유차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BMW와 벤츠 등 유럽 업체들은 판매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수입차업계에서는 큰 문제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디젤차 환경 기준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경유값이 오를 경우에는 차량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휘발유차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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