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이기는 나라] 대통령 권력은 무소불위?…특권 大해부
[국민이 이기는 나라] 대통령 권력은 무소불위?…특권 大해부
  • 이은성 기자
  • 승인 2017.05.15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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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축소 시도 많았지만 모두 물거품
▲ 지난 14일 서울 경복궁 신무문 일대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선서에서 밝힌 소신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은 다양한 특권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들어왔습니다. 국회에서 이를 줄이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특집으로 대통령이 누리는 특권을 정리해 봤습니다.

◆ 공직 임면권·명령 제정권

[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최순실 사태’는 인사(人事) 실패에서 시작됐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이렇게 풀이했다. 그는 “투명한 인사 절차가 마련돼 비선 실세의 개입을 미리 차단했다면, ‘문고리 3인방’ 측근에 의존하는 인사가 애초에 없었다면, 인사 잡음이 불거질 때 내부 경고음이 제때 울렸다면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물었다.

대통령 특권 중 가장 큰 특권은 ‘임면권’이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의 수는 7000여개에 달한다. 헌법기관 고위직과 행정부 고위직(3급 이상 고위 공무원), 공기업·준정부기관·공공기관, 검찰과 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을 포함한다.

이처럼 대통령은 광범위한 조직에 대해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계 관계자는 “이런 인사 구조에서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도 권력기관이 충성할 수밖에 없다”며 “책임총리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헌을 해서라도 권력기관장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하게 독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임면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동안 ‘수첩인사’와 ‘깜깜이 인사’, ‘회전문 인사’ 등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박근혜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기관장 중 4분의 1 이상이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고려대와 소망교회, 영남으로 이어지는 ‘고소영’과 강남과 부동산 부자로 이어지는 ‘강부자’ 인사로 비아냥을 들었다. 이를 의식하듯 문 대통령은 인사권에 대해 대탕평 내각 구성을 천명했다. 다만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이들이 한 자리씩 요구할 경우 차기 대통령이 쉽사리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명령제정권도 대통령의 주요 권한 중 하나다. 민주 국가는 법에 따라 다스리는 법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의무 등을 규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날 행정부에서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그것을 하나하나 입법부에서 모두 법으로 만들기가 어려워, 행정부에서 예외로 규정하도록 법률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법률에 준하는 명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러한 명령에는 위임 명령과 집행 명령이 있다.

▲ 사진=픽사베이

◆ 군통수권

대통령의 특권 중에는 국군통수권도 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활용해 전군을 지휘 통솔할 수 있고, 급변 시에는 최종 결정자가 된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핫라인을 통해 넘겨받는다. 통상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만료인 자정에 합참 의장은 후임 대통령에게 전화로 군 통수권 이양 보고 및 군사대비태세, 북한 동향을 설명해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자 확정을 받은 오전 8시 10분쯤 서대문 자택에서 이순진 합참의장의 전화보고에서 “북한군 동태와 우리군의 대비태세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신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실험장 및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군은 적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7000여개 ‘임면권’, 탕평책 절실
법률안 거부 이승만 대통령 최다 
▲ 사진=픽사베이

◆ 법률안 거부권

대통령은 법률안 제출권과 법률안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다른 의견이 있을 때에는 그 법률안을 공포하지 않고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는 권한이 거부권이다. 흔히 ‘거부권’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 요구권한은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법률안이 이송된 때로부터 15일 안에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2015년 6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지난해 5월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대상을 확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대상이었다. 이후 국회는 재의를 하지 않아 거부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

역대 사례를 보면 국회와 많은 마찰을 빚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무려 45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해 가장 많았다. 1948년 9월 양곡매입법안을 대해 재의를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제헌 의회 때 1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2대 국회 때도 25차례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친위 세력을 형성해 국회를 장악한 3, 4대 국회 들어서는 거부권 행사가 각각 3회로 급격히 줄었다.

4·19 혁명 후의 내각제를 거친 뒤 다시 들어선 대통령제 하에서 거부권 행사는 많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17년 집권 기간 거부권 행사는 5차례에 불과했고, 전두환 대통령 때는 아예 없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13대 국회) 정국을 맞으면서 7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집권 여당이 3당 합당으로 다수당이 되면서 거부권 행사는 다시 줄어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는 거부권 행사가 자취를 감췄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소추까지 당했던 16대 국회 때 4번 거부권을 행사했고 17대 국회 때도 2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택시법 개정안에 대해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면책특권 오·남용 방지 대책 마련 시급
문재인 정부, 대통령 사면권 제한할 것 
▲ 사진=픽사베이

◆ 불소추 특권

불소추특권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중 오직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불소추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한으로 내란·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 원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수사조차 불가능해 사실상 범죄를 저질러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개헌이 이뤄져 공론화되지 않는 이상 불소추특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직 중에 범한 형사상 범죄에 대해서는 퇴직 후에 소추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재직 중에는 형사상의 소추가 불가능하므로 당해 범죄의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형사상 범죄 혐의가 드러났지만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사례로 인해 불소추특권 폐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높지만 개헌이 이뤄져 공론화되지 않는 이상 불소추특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선 기간 동안에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 불소추 특권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의미 없는 논쟁이지만, 만약 홍 후보가 당선이 됐다면 해당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상황이라 학계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이밖에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행하는 적법한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판단 오류 등으로 인한 정책집행의 오류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위법한 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진다.

▲ 사진=픽사베이

◆ 일반·특별 사면권

사면권도 대통령의 권한 중 핵심으로 꼽힌다. 사면권은 범죄의 종류를 정해 그에 해당하는 모든 죄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형의 전부를 용서하거나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또 아직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공소권을 없애는 권한이다. 일반 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는 사면권이 남발돼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무려 96차례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국민의 법 감정은 무시한 채 정권유지 수단이나 정국전환 필요성에 따라 특별사면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은 1948년 건국 대사면 이후 총 7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국민화합과 통합을 핑계로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일쑤였다. 인물별로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 일은 대표적인 남용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면권과 관련한 잡음이 잦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과 지난해에 각각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이재현 CJ회장을 사면했다. 특히 최 회장 사면이 청탁에 의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대부분 헌법상 권한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대상자 선정과 절차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탄핵된 사람과 3번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유죄 확정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원제 국가인 노르웨이에선 하원에 의해 소추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덴마크도 아예 장관 출신은 절대로 사면을 받을 수 없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조선시대만 해도 대역죄와 삼강오륜의 인륜을 저버린 강상죄(綱常罪), 오늘날의 뇌물·횡령죄에 해당하는 장오죄(臟汚罪)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편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도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뇌물을 비롯해 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 양형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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