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북한이 4일 중국의 비핵화 압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중국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당해온 것은 중국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논평은 또한 중국 환구시보와 인민일보의 논평이 ‘미국 장단에 놀아대는 비열한 행위’에 대한 변명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배전략은 우리가 핵을 가지기 이전부터 가동됐으며, 그 기본목표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자신들이 이러한 미국의 동북아 지배전략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논평은 “(중국은) 70여년이나 반미대결전의 제1선에서 미국의 침략적 기도를 좌절시키고, 중국 대륙의 평화와 안전수호에 기여한 것이 누구인가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부터 해야 응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평은 이어 “우리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개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저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조선의 존엄과 생존권까지 희생되어야 한다는 오만한 대국주의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논평은 그러면서 “조중(북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중국은 우리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중국을 '주변나라'나 ‘대국(大國)’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한 적은 있으나, ‘중국’이라고 직접 지칭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북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을 내세운 것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하는 차원으로 풀이했다. 앞서 북한은 김정남 암살 사건 당시, 김정남이 여권 상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공민이라고 주장하는 등 성에 ‘철’을 붙인 가명을 흔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논평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그 내용만 봐서는 안 되고, 개인필명을 사용한 것 등의 형태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북한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씨를 국가전복 시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과거에도 기초적인 조사를 하고 나면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며 “내부적으로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데, 그 첫 단계가 시작된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상덕씨 경우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정보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